저비용항공사 ‘춘추전국시대’…“할인 대신 지속 가능한 미래 준비해야”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9-08-02 10:50 수정 2019-08-0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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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진 항공권 할인 경쟁…수익성 우려 목소리
내년 신규 저비용항공사 가세
국내 LCC 9개…‘인구 3억’ 미국과 동일
원하는 서비스만 제공하는 LCC 에어아시아 ‘주목’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무역마찰로 인해 관심에서 벗어났지만 불과 1~2개월 전만해도 단돈 500원에 일본 인기 여행지에 갈 수 있는 항공권을 선착순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여기에 편의점에서나 볼 수 있는 ‘1+1 프로모션’에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을 방불케 하는 무제한 왕복항공권까지 국내 LCC들의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할인 경쟁에 대해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규 LCC ‘플라이강원’이 올해 말(예상) 운항에 들어가고 승인을 받은 다른 신규 항공사까지 가세하는 내년이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기준 국내 해외 출국자 수는 2869만 명을 기록했다. 전년(2650만 명) 대비 8.3% 성장한 수치다. 해외 출국자 수 증가는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우는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러한 특성은 이미 인구수 두 배가 넘는 일본의 출국자 수를 추월했다. 국내 해외여행 인구 증가의 배경에는 몇 해 전부터 자리 잡은 ‘욜로(YOLO)’ 문화와 직장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워라밸’ 문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트렌드에 맞춰 이뤄진 LCC들의 저렴한 항공권 경쟁 역시 여행 수요 증가에 한몫했다.
수요 증가에 따라 항공사 매출 실적은 연일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매출 1조2566억 원을 기록했고 진에어가 1조106억 원, 티웨이 7391억 원, 에어부산 6536억 원, 이스타 5563억 원, 에어서울은 2214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연이어 터지고 있는 국제분쟁을 비롯해 환율 상승에 따른 항공유 부담 증가와 경기둔화에 따른 여객 성장률 둔화 조짐까지 보이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공사들은 서비스 유료화와 항공료 인상 등을 통해 수익 개선을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의 수익 확보 정책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뜰 여행족’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LCC 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기업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주요 이유로 국내 항공 산업에 대한 성장성 의심을 꼽았다. 항공 산업 성장에 대한 의구심은 올해 초 신규 저비용항공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이다. 사업 영속성에 대한 우려는 결코 가볍게 흘려 넘길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한 자만 살아남은 미국 항공 시장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때 11개에 달하는 LCC를 보유했던 미국은 인수합병 등을 거쳐 현재 7개 항공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에어아시아’의 운영 전략이 눈길을 끈다. 에어아시아는 육지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데 많은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착 후 재이륙까지 걸리는 시간(Turnaround)을 단축해(단거리 25분, 장거리 60분) 비용을 절감하고 동시에 높은 운항빈도로 승객의 편리한 여행 일정을 돕는다. 또한 브랜드별(에어아시아 320, 에어아시아엑스 A330)로 항공기 기종을 단순화해 조종사와 정비사, 승무원 훈련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부품 운용 효율도 높인다.

여행객이 직접 체크인 할 수 있는 웹 체크인과 공항 내 셀프 체크인을 통해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인다. 이는 저렴한 운임을 가능하게 해 실제로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다. 기내식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 상품을 개발해 항공기 운용 효율성을 높이면서 여행객 선택 폭을 넓힌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소비자는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않는 대신 낮은 운임으로 합리적인 여행경험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에어아시아는 전체 매출에서 유료 서비스 비중을 약 2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기준으로 매출 약 3조540억 원 중 부가 서비스 매출이 약 5910억 원에 달한다. 위탁 수하물 서비스와 화물 운송, 기내 식음료, 좌석 지정 등 여행 편의를 위한 서비스 외에 기내 엔터테인먼트와 면세쇼핑, 환승 등 광범위한 유로 서비스 상품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지속 가능한 LCC 운영 여건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에어아시아 관계자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만 제공할 수 있는 광범위한 부가 서비스 정책은 낮은 운임을 원하는 여행객과 항공사 운영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에어아시아는 여행 편의를 위한 서비스부터 즐거움과 새로운 여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마련해 소비자와 회사의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춘 할인 경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항공 여행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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