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유영]소박하게 모여 살다가 종부세 폭탄 맞은 마을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입력 2021-12-03 03:00 수정 2021-12-03 16:11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충북 청주시 내수읍 산속 마을. 널따란 잔디밭 주변에 2층짜리 아담한 단독주택 9채가 빙 둘러 서 있다. 청주 시내에 살던 건축가와 디자이너, 은행원, 자영업자 등 9가족이 의기투합해 만든 ‘소소다향’이라는 마을 공동체다. ‘더 적은 소유, 더 많은 향유’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은 주말에 다 함께 잔디를 깎고 마을회관에 모여 차를 마신다. 때때로 공방, 북클럽, 밴드 등의 활동을 하고 바비큐도 구워 먹으며 대가족처럼 지낸다.
이런 고요한 마을이 최근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날아오면서다. 올해 종부세가 8463만 원. 주택 9채 공시가격이 총 15억 원 남짓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이었다. 이전에도 종부세는 나왔다. 2019년 387만 원, 2020년 512만 원 등 가구당 50만 원 안팎으로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보고 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가구당 940만 원으로 연 5000만 원 정도 버는 이들이 내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뛰었다.
이는 소소다향이 2018년 마을 공동체를 ‘법인’으로 만든 데에서 비롯됐다. ‘더 적은 소유’를 내세운 만큼 부동산을 공동 소유하며 마을을 공동 운영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7·10부동산대책을 통해 법인에 부과하는 종부세율을 6%로 높였다. 법인을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최고세율인 6%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납부 세액을 전년도 3배 이하로 제한하는 ‘세 부담 상한선’이 있지만 법인엔 이런 상한선이 적용되지 않는다. 소소다향 주택의 공시가격은 한 채당 1억7600만~1억9600만 원. 개인이 따로 소유했다면 종부세를 안 내도 됐지만 법인으로 공동 소유하면서 이 사달이 났다. 이들은 일단 종부세 납부 유예 신청은 하되 종부세 과세 불복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에 ‘종부세 폭탄’ 지적이 나오자 “종부세 대부분을 법인과 다주택자가 낸다. 국민 98%는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소소다향은 예외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이번에 이런 예외적인 폭탄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럿이 농촌에 내려와 집 짓고 살면서 농사로 돈 버는 영농법인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가 임대주택이 말소된 셰어하우스(공유주택)도 감당하기 힘든 종부세액을 고지받았다. 이런 법인을 꾸리는 이들은 상위 2%의 자산가도 아니고 투기세력과도 거리가 멀다.
정부는 법인과 다주택자를 일관되게 투기꾼으로 보고 이들의 주택에 높은 세금을 물리면 매물을 토해내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정작 정책의 타깃이 된 이들은 주택 처분보다는 증여를 택해 매물은 생각만큼 안 나왔고 집값은 오히려 올랐다. 설령 종부세를 강화해도 매물이 나오게 유도한 뒤에 양도소득세를 강화했어야 했지만, 정부는 2017년 8·2대책에서 양도세를 먼저 강화해 주택 처분에 대한 부담을 높였고 2020년 7·10대책에서 종부세를 강화하는 등 정책 순서도 뒤죽박죽이었다.
‘더 적은 소유’를 내세워 마을을 이룬 서민들이 거액의 세금을 떠안게 되는 현실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고 명시한 종부세법 1조의 취지와 다르다. ‘2%의 국민’은 징벌적 세금을 내도 괜찮다며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단순한 인식은 종부세 부과 체계의 구멍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김유영 산업2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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