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승기]신형 파나메라 4S… 새 시대 여는 ‘신상’ 포르쉐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7-12-07 17:20 수정 2017-12-0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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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파나메라는 포르쉐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유일한 ‘신상’이다. 911과 718 라인업이 지난해 최신 기술과 디자인 요소, 새로운 이름으로 중무장해 출시됐지만 이들은 부분변경 모델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2세대 파나메라는 브랜드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시작점으로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파나메라는 브랜드 내에서 나이가 꽤 젊다. 포르쉐를 상징하는 911과 1990년대에 태어난 718 박스터(구 박스터), 2000년대 초반에 선보인 718 카이맨(구 카이맨)과 카이엔 등 먼저 출시된 쟁쟁한 선배들이 즐비하다. 파나메라보다 늦게 탄생한 모델은 콤팩트 SUV 마칸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파나메라는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나이에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많은 업체들이 풍채와 위엄을 강조하는 플래그십 모델을 가장 먼저 내놓는 것처럼 포르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땅히 911을 선두에 내세울 것 같았지만 SUV와 세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거느리게 되면서 대세를 따랐다. 세속적으로 변한 신차 전략이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포르쉐도 이를 의식했는지 신형 파나메라를 보다 ‘911 스타일’로 다듬는데 공 들였다. 해외에서는 왜건 버전인 ‘스포츠 투리스모’까지 선보이면서 플래그십에 힘을 실어주는 느낌이다. 여기에 완전히 달라진 실내 구성과 인터페이스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명분까지 부각시킨다. 이 구성은 3세대 신형 카이엔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향후 공개될 911과 718 후속모델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덩치 키웠지만 날렵해진 외관… 무르익은 완성도
외관은 군더더기를 없애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실루엣은 유지됐다.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전장을 늘리고 전고를 높였지만 다듬어진 C필러 라인과 비율 덕분에 이전에 비해 훨씬 날렵해 보인다. 기존 모델이 ‘통통한’ 카이옌을 납작하게 만든 버전처럼 보였다면 신형은 911을 살짝 늘린 모델처럼 느껴진다.
4개의 램프로 포인트를 준 헤드 및 테일램프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먼저 출시된 911 페이스리프트와 718 시리즈에도 적용된 디자인으로 이제는 포르쉐를 상징하는 요소로 거듭났다. 극적인 변화는 테일램프에 집중됐다. 좌우가 연결된 것이 특징으로 화려하면서 세련된 모습이다. 메인 램프는 날렵하게 디자인돼 다소 밋밋했던 기존 인상을 개선했다. 가변 스포일러는 속도와 주행상황에 따라 작동되며 버튼 조작을 통해 접거나 펼 수도 있다. 파나메라 4S의 스포일러는 상위 버전인 터보 모델만큼 화려한 ‘변신’은 없지만 디자인적으로 충분히 완성도가 높다.


○ ‘확’ 달라진 실내… 전통과 미래의 만남
실내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포르쉐 특유의 구성은 유지되면서 미래적인 느낌을 살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센터페시아다. 기어노브 주변에 있어야 할 각종 버튼들이 모두 터치패널로 대체됐고 12.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탑재됐다. 그동안 디지털에 인색했던 포르쉐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존 사용자를 위한 배려도 했다. 터치패널을 기존 버튼과 비슷하게 배치해 익숙한 조작법이 유지됐다. 패널은 누를 때마다 소리와 진동이 발생해 정확한 조작을 유도한다. 물리적인 버튼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조치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완성도가 우수하다. 다만 물리적인 버튼을 선호하는 운전자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시동버튼은 전통에 따라 여전히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자리 잡았다.
계기반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합됐다. 중앙에 속도계가 아닌 엔진회전수(RPM)가 표시되는 것이 특징으로 이 차의 태생과 성향을 나타낸다. 패들시프트를 활용해 자유롭게 변속하면서 운전 재미를 추구하기 적합한 구성이다. 엔진회전수 외에 다른 정보는 모두 디지털로 구현된다.

특히 우측 디스플레이는 나이트 비전 기능을 지원한다.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야간 운전 시 놓치기 쉬운 전방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내비게이션 표시도 가능하지만 시승 내내 신기한 나이트 비전을 켜고 운전에 임했다.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에는 주행모드 설정을 위한 다이얼이 더해졌다. 이 역시 최근 포르쉐가 모든 신차에 적용하는 공통 요소다.
시트와 대시보드, 트림 등에 적용된 소재는 차급에 걸맞게 고급스럽다. 작은 플라스틱부터 스티치 장식까지 모든 부분이 꼼꼼하게 만들어졌다. 각 부품 이음새나 연결 상태는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갖춰 만족도를 높인다.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시트는 스포츠카에 앉은 느낌을 선사한다. 적당한 지지력으로 허리를 감싸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뒷좌석은 2인 탑승 구조다. 앞좌석과 비슷한 스포츠 타입으로 설계돼 과격한 주행에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하도록 만들어졌다. 시트 조작은 전동식으로 이뤄지며 열선과 통풍 기능까지 갖췄다. 운전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기존 인식을 변화시킬 정도로 착좌감과 편의성이 우수하다. 길어진 휠베이스에 의한 보다 넉넉해진 공간도 파나메라의 가치를 높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뒷좌석에 앉아 신문을 보는 ‘사장님의 차’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의 이미지가 충실히 구현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플래그십 세단과 경쟁해야 하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 포르쉐 DNA 품은 신규 플랫폼… 폴크스바겐그룹 대형차의 미래
신형 파나메라는 새로 개발된 모듈형 MSB 플랫폼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이 플랫폼은 포르쉐가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엔진과 변속기가 앞에 위치한 대형 후륜구동 모델을 위해 만들어졌다. 알루미늄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경량화를 이뤘고 휠베이스를 손쉽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활용도 높아진 플랫폼 덕분에 2세대 파나메라는 왜건과 롱 휠베이스 버전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폴크스바겐그룹 내 여러 고급 브랜드들이 앞다퉈 MSB 플랫폼을 가져다 쓰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가 이 플랫폼을 활용해 신형 컨티넨탈을 개발했으며 향후 출시될 신차들에도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아우디 또한 MSB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 강력한 주행성능… 플래그십 스포츠세단의 완성
파워트레인 역시 새로워졌다. 새로 개발된 2.9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두 개의 터빈이 가운데에 위치한 것이 특징으로 소형화와 낮은 무게 중심을 동시에 구현했다. 변속기는 8단 PDK가 조합됐다. 기존 7단 PDK의 명성은 새로운 8단 PDK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단수가 늘었지만 크기는 작아졌다. 최근 들어 포르쉐가 부쩍 주요 부품 소형화에 공들이는 모습이다.

엔진회전수에 맞춰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계기 바늘은 마치 운전자의 옆구리를 찌르는 것처럼 주행본능을 자극한다. 그러면서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기민하게 기어를 두어단 낮추는 똑똑한 면모까지 갖췄다. 여유까지 부린다. 최고속도(시속 289km)는 6단에서 일찌감치 발휘되지만 나머지 단수는 효율을 위해 남겨둔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한 치의 거리낌 없이 속도를 높인다. 특히 신형 파나메라의 주행감각은 보다 911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가속 페달은 묵직하지만 몸놀림은 한층 가벼워졌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커브구간에서는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5m에 달하는 풀사이즈 세단의 움직임이라고는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출력 440마력에 불과한 4S가 이정도 수준이라면 굳이 파나메라 터보를 탈 이유가 없어 보인다. 약간의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이보다 빠른 세단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정속 주행 상황에서는 고급 세단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까지 제공한다.
빠른 속도로 진입한 코너에서도 안정감 있는 성능을 발휘한다. 바퀴가 끈기 있기 지면을 잡고 놓치지 않는다. 뒷바퀴를 미끄러트리기 위해 코너에서 핸들을 급작스럽게 꺾기를 여러 번. 단 한 번도 바퀴가 지면을 놓치는 일이 없었다. 쏠림도 최소화돼 일상 주행에서 피로감도 적다.
신형 파나메라 4S는 전기모터가 더해진 스태빌라이저가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주행 상황에 맞게 모터가 작동해 양쪽 바퀴 접지력을 전자적으로 제어한다.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과 뒷바퀴 조향 장치, 토크 벡터링 플러스 등이 조합돼 최적의 코너링 성능을 구현한다. 이전에 비해 공기를 60% 이상 많이 사용하는 3 챔버 에어 서스펜션도 승차감과 코너링 개선에 기여하며 보다 큰 폭의 차고 변화가 가능하도록 해준다.


○ 아쉬운 첨단 사양… 2억 원 내도 못 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운전 보조 사양으로는 차선 유지 보조 장치가 탑재됐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 스티어링 휠이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보조해 준다.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지원되지 않는다. 일반 크루즈 컨트롤만 적용된 점은 ‘옥의 티’다.
차의 가격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신형 파나메라 4S의 가격은 시작가가 1억7370만 원, 시승차는 여기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와 뒷바퀴 조향 장치, 카본 인테리어 등 4000만 원에 달하는 옵션이 더해져 2억2130만 원에 이른다. 무려 2억 원이 넘는 고가 차량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해당 옵션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업그레이드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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