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외환위기때보다 낮았다

박재명 기자 , 손영일 기자

입력 2016-01-01 03:00 수정 2016-01-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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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작성 이후 50년만에 최저

지난해(2015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저물가 기조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0.7% 상승했다. 이는 물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금까지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의 0.8%가 최저치였다. 한 갑에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 담뱃값이 물가상승률을 0.58%포인트 끌어올린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제 물가상승률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대 최저 물가상승률의 원인은 경기 부진과 국제유가 및 곡물 가격 급락이다. 2014년 3분기(7∼9월)까지 배럴당 100달러대(두바이유 기준)에 이르던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 30달러 초반대로 떨어져 1년여 사이에 3분의 1 토막이 됐다. 석유류 가격 하락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98%포인트나 깎아내리는 효과를 냈다. 당초 3% 후반이던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수출 부진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2.7%까지 하락해 저물가를 부채질했다.

저물가가 계속되면 국민이 소비를 줄여 경기가 나빠질 뿐 아니라 물가를 포함한 경상성장률이 떨어져 세수(稅收)도 예상보다 줄어들게 된다. 기업들은 제품을 많이 팔아도 매출이나 순이익 증가율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물가 상승률의 둔화 또는 물가 하락은 ‘소비 위축→기업 실적 둔화 및 투자 부진→임금 및 가계소득 감소→내수 침체’의 악순환을 불러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도 1990년 초반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해 ‘잃어버린 20년’의 시발점이 됐다.

올해에도 저물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가 하락폭이 축소되고 내수가 회복돼 상승률은 1%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12월 물가는 1년 전보다 1.3% 올라 2014년 8월(1.4%)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12월 물가상승률이 확대된 것은 국제유가 하락이 진정됐기 때문”이라며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물가가 2%대로 오른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적정 수준의 물가 관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병행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역시 향후 3년간의 중기 물가 안정 목표를 2%로 설정하며 ‘저물가 탈피’를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돼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물가를 올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 관리에 있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한편 이런 공식적인 지표의 흐름과 달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오히려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3312가구를 설문 조사한 결과 국민이 체감하는 식품 물가의 수준은 2014년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112.2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지난 1년간의 물가상승률은 11.2%에 달한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요금·농축수산물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선 물가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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