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소리 멈춘 공단… 일자리 늘려줄 서비스업 규제 풀어야

김철중기자 , 손영일 기자

입력 2016-01-01 03:00 수정 2016-01-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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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새해 특집]2016 연중기획, 구조개혁으로 희망 찾기
[한국경제, 새 성장판 열어라]<1>개혁 표류로 주력산업 위기


《 지난해 12월 말 찾아간 경북 포항시 연일공단은 간간이 들려오는 ‘땅’ 소리를 빼고는 적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산했다. 중소 철강업체들이 몰려 있는 이곳은 철강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육중한 기계 소리와 작업지시 소리로 가득 찼었다. 10여 개 업체가 빼곡히 들어찬 골목마다 한두 개 업체를 빼고는 제대로 가동되는 곳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일을 마감한 곳도 있었다. 한 업체의 사장은 “일거리가 없다 보니 공장 문만 열어놓고 있다”며 “열 명 남짓한 직원도 대부분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오가는 발걸음이 분주했을 음식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아 가게 앞에는 신문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임대 문의’라는 전단도 전봇대마다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


○ 철강,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급락


12월 31일 포항시에 따르면 2015년 1분기(1∼3월) 시의 산업생산지수는 94.4로 전년 동기보다 5.0% 감소했다. 철강산업의 부진으로 수출입이 줄어든 탓이다.

한때 세계 철강업계를 이끌었던 한국 철강산업이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구조조정에 실패한 게 직격탄이 됐다. 세계 경기가 악화되면서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기술력을 키운 중국이 저가 물량공세에 나섰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하락이 극심해지자 2015년 하반기(7∼12월)부터 포스코특수강, 포스화인 같은 계열사를 매각한 포스코를 필두로 철강업계는 군살 제거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구조조정이 1, 2년만 더 일찍 추진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타이밍이 늦었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의 또 다른 주력산업인 화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동안 화학업체들은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수출물량을 늘리면서 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중국이 화학제품 자급률을 높이자 상황이 급변했다. 전선이나 기계부품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 페트병과 필름을 만드는 고순도텔레프탈산(TPA)을 중국이 자급하기 시작하면서 수출이 급감했다. 나일론수지의 주원료인 카프로락탐은 2012년부터 중국이 생산을 크게 늘렸고 이후 중국 수출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화학업계는 여전히 구조조정에 미적대고 있다.

주력산업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위기를 실감한 기업들은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인건비 부담이 큰 간부사원은 물론이고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고, 청년층 사이에서는 “취업하기도 어렵고, 취업해도 버티기는 더 어렵다”는 한탄마저 나온다.

고용불안 때문에 자칫 ‘소비위축→내수시장 붕괴→경제성장률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3분기(7∼9월)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계의 소비성향은 71.5%(100만 원을 벌어 71만5000원을 지출한 것)로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2012년 상반기(1∼6월)까지 가계 소비성향은 77% 안팎을 오르내렸다.


○ “구조개혁과 서비스산업에서 활로 찾아야”

한국 경제가 이런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되찾고, 서비스산업을 키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하고, 민간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적기에 진행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건설업, 제조업보다 많은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는 일에 박근혜 정부가 매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2030년까지 일자리 69만 개가 창출되고, 잠재성장률이 0.2∼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부문장은 “가뜩이나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마저 부진할 경우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깊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서비스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포항=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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