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문가 위주 이사회 보강…“엘리엇 추천 사외이사는 경쟁사 임원”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9-03-12 15:50 수정 2019-03-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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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엘리엇과 주주총회 안건을 두고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12일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보강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업체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은 가운데 발 빠른 후속조치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그룹 배당안과 관련해 엘리엇 측의 고배당 요구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지나친 고배당 시행 시 장기적으로 회사 경쟁력과 수익률 하락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ISS가 엘리엇 측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이 추천한 인물 3명 중 2명이 사외이사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그룹이 제안한 사외이사가 충분히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만들어 운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오는 22일 현대모비스 주총과 연계해 1차로 사외이사 후보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혈하고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라며 “향후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전략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으로 보강할 방침으로 중장기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라드파워시스템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모듈이 적용된 수소전기버스
○ 현대차그룹 “경쟁사 임원 사외이사 겸임 부당”…이해상충·기술유출 우려

현대차그룹은 ISS가 찬성한 엘리엇 측 추천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업 적합성과 경영간섭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에서도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선임될 경우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 등이 우려된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ISS가 찬성 의견을 제시한 현대차 로버스 랜달 맥귄 후보와 현대모비스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의 경우 현재 경쟁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로버트 랜달 맥귄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으로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수소경제 주도 전략이 경쟁사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로버트 알렌 크루즈는 중국 전기차 업체 카르마의 CTO다. 올해 현대모비스는 카르마와 거래 관계를 확대할 예정인데 후보자가 거래 당사자인 두 회사 임원 지위를 겸임할 경우 상호 이해상충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제안한 다른 두 후보 역시 회사 미래전략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존 리우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의 경우 ICT 분야 경력이 통신사업 분야에 집중돼 있어 자동차 관련 ICT 사업분야에 대한 적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봤다. 과거 경영실적이 양호하지 않다는 점도 주목했다. 루돌프 마이스터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변속기 제조사 ZF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로 부품유통사업에 치우쳐 모비스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차 핵심 신기술 집중 전략과 부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ISS는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일부 엘리엇 제안 후보들에 찬성했는데 기업경영 측면에서 다양성이 이해상충 문제보다 중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ISS가 이러한 문제들을 간과한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엘리엇 후보들이 사외이사가 될 경우 엘리엇 입맛대로 배당 확대와 무리한 경영 자료를 요구해 올 것이 자명해 안정적인 기업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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