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장난감 수리해 年7만개 기부… 폐기물에선 재생소재 추출”
김민지 기자
입력 2025-03-27 03:00 수정 2025-03-27 03:00
[행복 나눔] 자원순환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
장난감 고쳐주는 봉사로 시작해… 폐장난감 수거-수리 기업 설립
아동 관련 기관에 年200t 기부… 폐기물은 분해해 친환경 소재로
SK행복나래, 10년간 운영 지원… 공장 내부 안전 등 무료 멘토링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가 장난감을 들어올리며 웃음을 짓고 있다. 행복나래 제공
“국내에선 장난감 재사용·재활용 공정이 없었어요.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 없는 장난감도 버려지면 다 매립되거나 소각됐죠. 환경오염 문제도 있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 줄 수도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장난감 전문 자원순환 사회적 기업 ‘코끼리공장’은 폐장난감을 직접 수거해 수리를 한 뒤 깨끗하게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재포장 과정을 거친다. 코끼리공장을 거친 장난감들은 취약 아동들에게 전달된다. 2014년 코끼리공장을 설립해 11년째 운영 중인 이채진 대표는 “장난감을 재활용·재사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환경 보호는 물론이고 많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폐장난감 재활용 통해 취약 아동 지원
코끼리공장은 전국에 총 7개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 공간에는 아이들이 놀 공간이 있고 재사용이 가능한 장난감이 진열돼 있다. 아이들이 원하면 언제든 장난감을 가져갈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서울에도 오프라인 공간을 열 계획”이라며 “서울 지역 내 장난감이 버려지지 않고 돌고 돌아 재사용되는 순환 체계를 구축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하다 가정 양육 등 육아를 지원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센터에서 세금으로 장난감을 구매해 육아비 절감 차원에서 각 가정에 장난감을 대여하는 프로젝트를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약 6년간 담당했다.
이 대표는 “약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장난감을 구매했는데, 고장 나는 장난감이 너무 많았다”며 “장난감 제조사 및 유통사에 수리 요청 문의를 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수리를 거부했다. 그런 불만을 갖던 차에 아빠들이 장난감을 수리해 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는 2011년 장난감 수리 자원봉사 단체인 ‘장난감수리단’을 설립했다. 장난감수리단은 이 대표가 코끼리공장을 세우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울산 시내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만 폐장난감 수리를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울산 지역 전체 폐장난감을 수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장난감이 들어왔어요. 폐장난감을 수리하게 되면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 줄 수 있게 됐죠.”
장난감 전문 자원순환 사회적 기업 ‘코끼리공장’. 행복나래 제공● 연간 300t 폐장난감 수거, 70% 재사용
나눔의 가치를 알게 된 이 대표는 코끼리공장을 설립해 폐장난감 수거 및 수리 체계를 만들었다. 코끼리공장은 연간 폐장난감 약 300t을 수거해 이 중 70% 이상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우선 어린이집, 유치원,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여러 아동 관련 기관과 협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폐장난감을 수거한다. 코끼리공장이 마련한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개별 가정이 가져오는 장난감을 수거한다. 택배로 폐장난감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에 약 2t의 폐장난감을 수거한다.
수거한 폐장난감은 재사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한다. 재사용이 가능한 폐장난감은 수리 및 포장 과정을 거쳐 어린이날 행사장, 아동복지시설 등에 기부된다. 해외 난민 아동과 취약계층 아동에게 무상으로 장난감을 나눠주기도 한다. 코끼리공장이 여러 시설에 기부하고,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장난감은 1년에 약 200t이 넘는다. 개수로는 약 5만∼7만 개에 달한다.
재사용이 불가능한 폐장난감은 코끼리공장에서 운영하는 폐기물 공장에서 분해 과정을 거쳐 ‘재생 소재’로 탈바꿈한다. 이 재생 소재로 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재생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이 대표는 “제품 생산에는 소재가 필요한데, 석유가 아닌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추출한 소재를 재생 소재라고 한다”며 “폐장난감에서 재생 소재를 추출하면 석유에서 소재를 뽑을 필요도 없고, 장난감이 폐기되지 않으니 환경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 행복나래, SK프로보노 통해 사회적 기업 지원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폐기물처리업 허가가 쉽지 않았다. 여러 기준에 맞는 폐기물 처리 공간을 구해야 했고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예산도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이때 SK가 운영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 4기에 참여해 예산 확보에 큰 도움을 받았다.
코끼리공장은 2015년부터 SK와 함께하며 성장해 오고 있다. 2022년에는 SK프로보노를 통해 영업 노하우, 시장조사 자문 등을 받았고 현재는 SK에너지로부터 공장 내부 안전 조언을 받고 있다. SK프로보노는 SK그룹 임직원 무료 자문단으로, 사회적 기업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가 SK프로보노 사무국을 운영한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 운영을 통해 폐장난감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올해에는 오프라인 공간 확장뿐만 아니라, 코끼리공장이 재생 소재를 사용해 만든 제품 또한 모두 리뉴얼할 생각”이라며 “고객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의견을 받는 사용성 테스트를 거쳐 친환경적인 가치를 높인 제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장난감 고쳐주는 봉사로 시작해… 폐장난감 수거-수리 기업 설립
아동 관련 기관에 年200t 기부… 폐기물은 분해해 친환경 소재로
SK행복나래, 10년간 운영 지원… 공장 내부 안전 등 무료 멘토링

“국내에선 장난감 재사용·재활용 공정이 없었어요.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 없는 장난감도 버려지면 다 매립되거나 소각됐죠. 환경오염 문제도 있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 줄 수도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장난감 전문 자원순환 사회적 기업 ‘코끼리공장’은 폐장난감을 직접 수거해 수리를 한 뒤 깨끗하게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재포장 과정을 거친다. 코끼리공장을 거친 장난감들은 취약 아동들에게 전달된다. 2014년 코끼리공장을 설립해 11년째 운영 중인 이채진 대표는 “장난감을 재활용·재사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환경 보호는 물론이고 많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폐장난감 재활용 통해 취약 아동 지원
코끼리공장은 전국에 총 7개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 공간에는 아이들이 놀 공간이 있고 재사용이 가능한 장난감이 진열돼 있다. 아이들이 원하면 언제든 장난감을 가져갈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서울에도 오프라인 공간을 열 계획”이라며 “서울 지역 내 장난감이 버려지지 않고 돌고 돌아 재사용되는 순환 체계를 구축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하다 가정 양육 등 육아를 지원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센터에서 세금으로 장난감을 구매해 육아비 절감 차원에서 각 가정에 장난감을 대여하는 프로젝트를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약 6년간 담당했다.
이 대표는 “약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장난감을 구매했는데, 고장 나는 장난감이 너무 많았다”며 “장난감 제조사 및 유통사에 수리 요청 문의를 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수리를 거부했다. 그런 불만을 갖던 차에 아빠들이 장난감을 수리해 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는 2011년 장난감 수리 자원봉사 단체인 ‘장난감수리단’을 설립했다. 장난감수리단은 이 대표가 코끼리공장을 세우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울산 시내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만 폐장난감 수리를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울산 지역 전체 폐장난감을 수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장난감이 들어왔어요. 폐장난감을 수리하게 되면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 줄 수 있게 됐죠.”

나눔의 가치를 알게 된 이 대표는 코끼리공장을 설립해 폐장난감 수거 및 수리 체계를 만들었다. 코끼리공장은 연간 폐장난감 약 300t을 수거해 이 중 70% 이상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우선 어린이집, 유치원,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여러 아동 관련 기관과 협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폐장난감을 수거한다. 코끼리공장이 마련한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개별 가정이 가져오는 장난감을 수거한다. 택배로 폐장난감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에 약 2t의 폐장난감을 수거한다.
수거한 폐장난감은 재사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한다. 재사용이 가능한 폐장난감은 수리 및 포장 과정을 거쳐 어린이날 행사장, 아동복지시설 등에 기부된다. 해외 난민 아동과 취약계층 아동에게 무상으로 장난감을 나눠주기도 한다. 코끼리공장이 여러 시설에 기부하고,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장난감은 1년에 약 200t이 넘는다. 개수로는 약 5만∼7만 개에 달한다.
재사용이 불가능한 폐장난감은 코끼리공장에서 운영하는 폐기물 공장에서 분해 과정을 거쳐 ‘재생 소재’로 탈바꿈한다. 이 재생 소재로 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재생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이 대표는 “제품 생산에는 소재가 필요한데, 석유가 아닌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추출한 소재를 재생 소재라고 한다”며 “폐장난감에서 재생 소재를 추출하면 석유에서 소재를 뽑을 필요도 없고, 장난감이 폐기되지 않으니 환경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 행복나래, SK프로보노 통해 사회적 기업 지원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폐기물처리업 허가가 쉽지 않았다. 여러 기준에 맞는 폐기물 처리 공간을 구해야 했고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예산도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이때 SK가 운영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 4기에 참여해 예산 확보에 큰 도움을 받았다.
코끼리공장은 2015년부터 SK와 함께하며 성장해 오고 있다. 2022년에는 SK프로보노를 통해 영업 노하우, 시장조사 자문 등을 받았고 현재는 SK에너지로부터 공장 내부 안전 조언을 받고 있다. SK프로보노는 SK그룹 임직원 무료 자문단으로, 사회적 기업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가 SK프로보노 사무국을 운영한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 운영을 통해 폐장난감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올해에는 오프라인 공간 확장뿐만 아니라, 코끼리공장이 재생 소재를 사용해 만든 제품 또한 모두 리뉴얼할 생각”이라며 “고객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의견을 받는 사용성 테스트를 거쳐 친환경적인 가치를 높인 제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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