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촉 전파 HPV, 심장병 위험 40% 높여…관상동맥질환은 2배

박해식 기자

입력 2025-03-27 10:33 수정 2025-03-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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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자궁경부암 백신’, 여성만 접종…“남성으로 확대 필요”

HPV 백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성 접촉으로 전파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각종 암 발생뿐만 아니라 심장병과 관상동맥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한국(2개), 미국(3), 브라질(1), 호주(1)에서 2011년부터 2024년 사이에 25만 명의 HPV 감염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7개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다.

미국 심장학회 연례 과학회의(ACC.25)에서 발표한 이번 연구는 코네티컷대학교(UConn) 의과대학이 수행했다.

HPV는 성관계로 전파되는 일반적인 바이러스 감염이다. 자궁경부·생식기·혀·목·식도·항문·구강 등의 암 발병과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 자료에서 HPV와 심혈관 질환, 관상 동맥 질환(심장 동맥에 플라크가 쌓여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상태), 고혈압 간의 관계에 대한 데이터를 추출했다. 일부 분석에서는 흡연, 당뇨병과 심장 질환 위험 요인 등의 잠재적 교란 변수를 조정했다.

그 결과 HPV 양성 환자는 음성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40% 더 높았다. 관상 동맥 질환 위험은 2배 더 높았다. 사회 인구학적 요인, 병력, 생활 습관, 심장 질환 가족력, 혈압 강하제 사용과 같은 교란 변수를 조정하자 HPV 양성자의 심장 질환 발병 위험이 33% 더 높았다. 고혈압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HPV 백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논문 제1저자인 UConn 의대 내과 레지던트인 스태픈 아킨펜와(Stephen Akinfenwa)는 “이번 연구는 HPV와 심혈관 질환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만성 염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통해 HPV 감염을 줄이면 심혈관 질환 위험도 함께 낮아질지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HPV 백신은 2006년 출시 됐다. 애초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져 거의 여성만 접종했다. 현재 국내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은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남성은 무료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HPV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 돼 무료 접종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HPV 관련 주요 질환을 90% 이상 막을 수 있다.

속설과 달리 여성보다 남성이 HPV에 더 취약하다. HPV에 감염됐을 때 여성의 항체 생성률은 70~80%에 달하는 데 반해 남성은 그 수치가 20%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나라는 총 31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여성에게만 지원하는 6개 국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HPV 백신 남성 접종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아직 실천하지 않았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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