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버팀목되는 LH…전세사기부터 태영건설PF까지 관리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1-17 15:42 수정 2024-01-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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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철근누락 사태 직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대해서 선을 긋던 정부가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태영건설발 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확대 및 건설 경기 보안 방안’에서 정부는 유동성을 겪는 PF 사업장의 LH 매입 후 정상화와 전세사기 피해주택 LH 매입 방안을 담았다.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르기까지 현재로서는 그 지원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는 경제 위기 때마다 LH에 손을 벌렸다. 세계금융위기가 들이닥쳤던 2008년~2010년에는 LH를 통해 민간 미분양주택 7000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건설사 유동성 부담을 덜어줬다. 금융위기 여진이 계속되던 2013년~2014년에는 대출금 원리금 상환에 생계 유지가 어려웠던 한계 가구(하우스푸어)를 매입해 가계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지원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가면 IMF위기 때에는 2조6000억 원 상당 기업이 보유한 토지를 사들이는 등 현금 유동성을 지원해 우량기업 부도를 막았다. 정도의 차가 있을 뿐 위기 때마다 정부는 시장에서 발생한 불이 번지지 않도록 불길을 잡는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수출 호조로 경기회복의 불씨를 서서히 되살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율을 2.2%대로 전망하지만, 건설부분만 놓고 보면 수주와 착공 감소로 역성장이 예견된다. 부동산 침체, 특히 PF부실은 자칫 금융부문의 부실화로 이어져 조심스레 살아나는 불씨도 한 번에 꺼버릴 수도 있다. 수주, 착공 등 건설 선행지표가 모두 감소 추세인지라 건설경기 침체는 되돌릴 수 없더라도 건설 경기가 연착륙되도록 위기가 번지지 않도록 세심한 조정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PF부터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지금 무엇보다 공공기관은 시장을 보완하는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건설경기 등락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투자를 유지해야 하고, 착공 물량을 가능한 최대치로 확보해야 한다. 착공 시기도 앞당기고, 투자를 활성화해 건설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수혈을 해야 한다. 이는 현 단계의 건설 경기 방어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2~3년 이후 주택공급 감소로 인한 시장불안, 주택가격 상승으로 감내해야 하는 국민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에 이어 철근누락 이어지는 LH의 행태에 대해서는 LH 내부의 자성과 혁신이 간절하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하고, 전관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하지만 혁신안은 혁신안대로 가고, 시장 보완은 그 역할 대로 이뤄져야 한다. 단기간에 혁신이 성과를 나타낼 정도로 부동산 시장 생태계가 단순하지 않을 뿐더러, 새로운 규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그에 따른 적응기간과 시행착오는 있을 수밖에 없기에 단기적으로는 시장 보완이 중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한다. 지금이 그렇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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