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고가 매입 논란’ LH… “임대주택 원가 이하로 산다”

최동수 기자

입력 2023-04-18 03:00 수정 2023-04-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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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내 집이면 안산다” 지적에
매입가격 산정방식 등 제도 개선
“환경 안좋은 임대주택 공급 우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세대주택 등 기존에 지어진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매입할 때 매입가를 원가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미분양 주택을 LH가 비싼 가격에 사들인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로 주택 매입가가 20∼30%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주택 매입가가 낮아지면 임대주택 주거 여건도 그만큼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H는 18일 매입임대주택 가격 산정방식과 심의 절차 등을 개편해 통합 매입 공고를 실시하겠다고 17일 밝혔다. LH는 올해 총 2만6461채(수도권 1만7838채)의 임대주택을 매입할 계획이다.

매입임대주택은 LH가 다가구 등 기존 주택을 매입(준공주택 매입)하거나 건설사와 사전 약정을 통해 신축 주택을 매입(신축주택 매입)해 취약계층에게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이번 제도 개편은 LH가 지난해 말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였다는 논란이 일어난 데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 집이었으면 이 가격에 샀겠냐”며 LH에 임대주택 매입가를 낮추라고 압박했다.

LH는 이번 개편안에서 준공주택 매입과 신축주택 매입에 각각 다른 매입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준공주택은 토지비(감정가)에 건축비(공공건설임대 표준건축비)를 더한 금액에서 감가상각비를 빼 ‘원가 이하’로 매입하기로 했다. 주로 시장에서 외면받거나 소화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 매도자에게 자구 노력 부담을 지우는 차원에서 매입가를 낮추는 것이다. LH가 준공 전 주택을 약정을 맺고 미리 매입하는 신축주택 매입은 현행대로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입가격을 책정한다.

감정평가업체 선정 방식도 바꾼다. 그동안 준공주택 매입은 LH가 2곳, 신축주택 매입은 LH가 1곳, 매도자 1곳을 선정했다. 앞으로는 두 유형 모두 LH가 1곳을 선정하고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추천으로 1곳을 선정해 객관성을 높이기로 했다.

LH 측은 “준공주택은 당초 대비 20∼30%, 신축주택은 5∼10%가량 매입가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매입임대주택으로 사들이는 기존 주택은 시장에서 외면받는 주택이 많은 만큼 임대주택 매입가가 낮아지면 취약계층 주거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원가 이하로 가격 상한을 정하면 거주 환경이 괜찮은 주택은 매입하기 힘들 수 있다”며 “가격 상한을 정해 놓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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