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물 거래되기까지 작년보다 한달 이상 더 걸려

황재성기자

입력 2022-10-14 11:47 수정 2022-10-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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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한국 경제가 신음하면서 부동산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부동산 거래가 실거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매물이 주인을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년 전보다 1개월 이상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시장상황이 부동산을 팔기에 불리하다거나 투자상품으로서 부동산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연구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 ‘부동산 거래 활동 파악과 지표 발굴 연구’를 13일(어제)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기존 부동산 거래 관련 통계자료가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지표를 만들 목적으로 작성됐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1000여 명)과 공인중개사(300여 곳)를 대상으로 2021년 상반기-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등 3차례에 걸쳐 컴퓨터를 활용한 모바일 조사를 실시했다. 또 그 결과 분석을 통해 ①투자목적거래지수 ②거래활동성 지표 ③시장여건 인식지수 ④투자수익·위험 매트릭스 등 4개 지표를 새로 발굴해냈다.

● 부동산거래, 투자보다 실수요 중심…탐색기간 길어져

14일 연구원에 따르면 투자목적거래지수는 주택 매수 목적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100보다 클수록 투자목적에 가까운 주택 매수가 많다는 의미이다. 이번 조사에서 투자목적거래지수는 77.6(2021년 상반기)→88.1(2021년 하반기)→90.1(2022년 상반기)로 상승했지만 100을 넘지는 못했다. 부동산 거래가 실거주 목적 위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거주주택 외 주택을 보유한, 이른바 2주택 이상 보유자로서 지난 정부에서 투기적 거래 대상자로 분류했던 가구의 경우 103.1에서 108.8로 높아졌다가 최근 103.5로 다시 떨어졌다.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면서 투자 목적 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연구원은 풀이했다.

거래활동성지표는 매매나 전월세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으로서, 부동산시장의 경시 상황을 보여준다. 해당지표 값이 작을수록 시장이 활황 또는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매매는 지난해 상반기 13.3주에서 지난해 하반기 14.0주로 소폭 늘어났고, 올 상반기에는 17.9주로 껑충 증가했다. 1년 새 한달에 해당하는 4.6주가 늘어난 셈이다. 전세거래도 8.1주→9.5주→9.8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월세거래는 8.2주에서 9.3주로 늘었다가 8.6주로 줄어들었다.

연구원은 이에 대해 “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 매수자와 전세 임차인의 조달금리가 상승해 해당 주택거래에 대한 수요와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월세는 전세 수요가 옮겨가면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탓에 지표가 짧아졌다.


● 부동산·주식시장, 투자기대가치 나빠지고 있다

시장여건 인식지수는 부동산시장의 매도나 매수여건에 대한 인식을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100 이상이면 주택을 매수 또는 매도하기에 좋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수여건에 대한 인식지수는 59.6→60.5→58.6으로 큰 변화 없이 100을 크게 밑돌았다. 집값이 짧은 기간에 크게 오른 탓에 매수하기에 좋은 시점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매도여건에 대한 인식지수는 지난해 상반기 102.0에서 하반기에 86.6로 뚝 떨어졌고, 올 상반기에 다시 76.0으로 내려앉았다. 매도 여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현재 시장상황이 집을 팔기에 불리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수익·위험 매트릭스는 부동산(주택 및 주택 외 부동산)과 예·적금, 채권, 주식 등 각자산의 예상수익과 위험에 대한 상대비교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를 통해 각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예·적금과 채권의 경우 위험도에 대해선 조사기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수익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과 주식은 위험은 높아지고 예상수익은 감소할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투자기대가치가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 수요 부족해 매도 못한다…급매물 비중 급증 추세

한편 이번 조사 응답자(2021년 상반기·1400명-2021년 하반기·1009명-2022년 상반기·1002명)와 중개업소(300곳-302곳-300곳)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이 적잖다.

우선 응답자들은 매매거래에서 30~40대가 주를 이뤘다. 반면 전월세 거래는 40대와 50대로 조금 달랐다. 이들은 매수거래 이유로 실거주를 가장 많이 꼽았고, 매도에 대해서는 주택보유에 대한 비용 부담을 지목했다.

이들은 70% 이상이 PC기반의 포털 등을 이용해 부동산 매물을 탐색했고, 매물 탐색 후에도 70% 이상은 실제로 거래를 하지 않았다. 거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매수자는 조사기간 내내 ‘높은 주택가격’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매도자는 시간에 따라 달라졌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지목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에는 ‘줄어든 수요’를 꼽은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매매나 전월세 모두 급매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대비 급매물 비중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매매거래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6.7%에서 지난해 하반기 23.8%로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는 무려 53.0%로 껑충 뛰었다. 전월세도 7.0%→22.3%→32.3%로 크게 증가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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