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경기침체에… 국내외 비건식품 열기 한풀 꺾여

김다연 기자

입력 2025-03-25 17:14 수정 2025-03-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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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영업을 종료한 농심의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의 운영 당시 사진. 사진 제공 농심

건강과 친환경 트렌드를 앞세워 주목받던 비건 식품의 열기가 국내외에서 한풀 꺾였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가치 소비보다 실속을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진 데다 대체육 브랜드의 맛과 품질에 대한 논란도 비건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해외 주요 비건 업체들의 기업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대체육 업체 ‘임파서블 푸드’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스톡옵션의 주당 가치는 2021년 14.64달러에서 2023년엔 약 89% 하락한 1.67달러로 조정됐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임파서블 푸드의 기업가치는 2021년 70억 달러(약 10조2870억 원)에서 지난해 14억 달러(약 2조574억 원)로 80%가량 떨어졌다.

세계 1위 비건 대체육 브랜드인 비욘드미트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비욘드미트의 영업손실은 2021년 1억7493만 달러에서 2022년 3억4277만 달러로 커졌다가 지난해 1억5612만 달러로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국내 비건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농심은 2022년 5월 문을 열었던 비건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의 영업을 올 1월 종료했다. 비건식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면서 적자가 누적된 데 따른 결정이었다. 농심계열사 농심태경은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운영 중이지만 사업 확대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베지가든의 매출 규모는 크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가 미국 진출을 위해 설립한 식물성 대안식품 자회사 베러푸즈의 영업손실도 2023년 11억7800만 원에서 지난해 18억6100만 원으로 커졌다.

비건 식품 시장이 국내외에서 주춤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높은 가격’이 꼽힌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식물성 대체육이 상대적으로 비싸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대체육보다 저렴한 일반 육류로 눈을 돌리면서 비싸고 맛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대체육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대체육은 기존 육류에 비해 파운드(약 450g)당 4.2달러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비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로 ‘구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73%로 가장 많았고 ‘비건 제품이 있는 줄 몰라서’(28%), ‘가격이 비싸서’(25%)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신세계푸드의 식물성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가 출시한 식물성 런천 캔햄은 100g 기준으로 일반 통조림햄보다 30~40%가량 더 비싸다.

전문가들은 국내 비건 시장이 과거처럼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는 식문화 특성상 비건 시장 규모가 작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반찬을 통해 야채를 함께 섭취하는 식문화 특성상 국내 비건 시장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국내 채식 인구는 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에 불과하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식물성 대체육이 맛없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 소비자 선호도가 낮다”며 “과거 기대만큼 시장이 성장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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