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블루는 부끄럼쟁이?
노트펫
입력 2019-10-08 18:08 수정 2019-10-08 18:08
[노트펫] 고양이의 품종은 70여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양이가 반려동물로서 길러지고 사람들이 특정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을 선택적으로 교배함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가진 품종들이 나타났죠.
강아지든 고양이든 품종을 구분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바로 외모입니다. 털의 색깔과 패턴, 털 길이, 눈 색깔, 귀 모양, 신체 일부(귀, 다리 등)의 모양이나 길이, 다 자랐을 때의 체격 등등이 해당합니다.
그런데 품종에 따라 달라진 특성이 외모만 있는 걸까요? 품종에 따라 행동 차이도 나타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이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집고양이 5726마리, 40여개의 품종을 대상으로 연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설계된 설문을 보호자에게 나눠주고 통계학적 방법론을 이용해 고양이 품종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분석 대상에는 사람에 대한 친화성(Contact to people), 낯선 사람에 대한 공격성(Aggression to strangers), 낯선 사람에 대한 부끄럼(Shyness towards to strangers) 등 9가지 행동학적 항목이 포함되었는데요.
공개 논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9-44324-x#MOESM1
우리나라에서 흔히 길러지는 품종들인 페르시안, 러시안 블루, 샴과 관련한 데이터가 흥미롭습니다.
다름아닌 러시안 블루가 '낯선 사람을 상대로 부끄러워할 확률이 가장 높은' 품종으로 조사된 것이죠. 가족 구성원, 낯선 사람, 다른 고양이를 상대로 공격성을 드러낼 확률이 가장 높은 품종은 터키쉬 앙고라 (및 터키쉬 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일련의 성격적 특성에 따라 고양이 품종들을 그룹화하면, 페르시안 계열 고양이들은 터키쉬 계열 고양이들과 정반대로 공격성이 낮고 내향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겁없는 '핵인싸' 러블이나 '극소심' 터앙을 돌보는 집사님이라고 해서 이상하게 여기실 건 없습니다. 통계는 통계일 뿐이고, 고양이들 사이엔 개묘차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연구진은 "과거의 연구결과와 비교해 봤을 때도 비교적 고양이 품종간의 특성이 일관적으로 나타났다"며 고양이의 행동학적 특성이 (외모와 마찬가지로) 유전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고양이들은 정말 '생긴대로 노는' 걸까요? 후속 연구결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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