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파에도 은행권 ‘돈잔치’…임금인상률·성과급 작년보다 확대

전주영 기자

입력 2025-01-13 15:26 수정 2025-01-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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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예대금리차에 ‘역대급 실적’
200%대 성과급에 현금 지급도
5대 은행 평균 연봉 1.1억원 넘어


뉴시스
은행들이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현상과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한파에도 지난해보다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를 확대했다. 은행권 대출이 불어난 데다가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도 높아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커지며 역대급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에서 경제 지표에 온통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은행들은 이자장사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결과, 국민은행 외 4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전년 2.0%에서 0.8%포인트 높아졌다. 또 200%대 성과급에 현금성 포인트 지급도 확대했다. 이날 기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 모두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타결됐다.

은행권 성과급은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확대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지난해(신한 281%·하나 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 포인트(100만 원 상당)에서 150만 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도 현금 지급액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리고, 복지포인트를 50만 원 증액했다.

국민은행은 노조에서 성과급으로 ‘임금 300%와 10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년 조건(통상임금 280%)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 원으로 전년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낸 만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엔 현금성 포인트 200만 원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복지포인트 형식으로 3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은행권 노조가 성과급 대폭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은행들이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발생한데다 시장 금리 하락 상황이라 은행권에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확대로 순익을 불려왔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자 은행들이 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 금리는 올리고 시장 금리 하락에 맞춰 예금 금리는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1.41%포인트)는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은 2024년 임단협에서 출산, 육아 혜택 등 임직원 복리후생도 개선했다. 은행권은 산별교섭을 통해 육아기 단축 근로를 확대하기로 했다. 예컨대 초등학교 1, 2학년 자녀를 둔 직원은 30분 늦게 출근할 수 있게 했다. 또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을 위해 약 두 달간 오전 10시 출근이나 오후 5시 퇴근 등 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난임 휴가를 기존 3일에서 6일로 확대했다. 육아휴직에서 산전후 휴가를 제외하면서 육아휴직 기간도 기존 2년에서 2년 6개월로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1조3282억원)보다 4.06% 늘었다. 은행 직원의 급여 역시 높은 수준이다.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5대 은행의 직원 근로소득은 평균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182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1억1566만원)·농협은행(1억1069만원)·우리은행(1억969만원)·신한은행(1억898만원) 순이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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