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발력, 새를 사냥하는 고양이의 힘
노트펫
입력 2019-10-04 12:07 수정 2019-10-04 12:07
[노트펫] 고양이는 매우 유연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별다른 도약단계를 하지 않고서도 상당히 높은 곳으로 점프할 수 있다. 신체구조가 고양이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된 사람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반대로 고양이는 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문제없이 뛰어내릴 수 있다. 사람이 고양이를 흉내 내다가는 추락사를 면하기 어렵다.
고양이의 놀라운 운동 능력을 보면 나무 위에서 사는 수생동물(樹生動物)인 원숭이와 별다른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원숭이와의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고양이는 손을 쓸 수 없다는 정도다.
고양이는 또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좁은 공간에서도 놀라운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고양이의 이런 능력은 사냥을 할 때도 성과를 발휘하지만, 천적들의 추격을 벗어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생존을 위해서는 매우 요긴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동네 주택가를 산책했다. 한 단독주택의 담벼락 위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우연히 보았다. 그 길고양이는 무엇인가를 사냥하려 하였다. 몸을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용수철이 튀어 오르기 직전 단계 같았고, 목표를 향해 잘 조준된 활시위 같았다.
길고양이가 노린 대상은 담벼락 위에 앉은 작은 새였다. 아무런 도약단계 없이 고양이는 순간적으로 작고 빠른 화살 같이 공중을 가르며 날았다.
하지만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 같은 고양이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담벼락에 앉아 있던 새가 간발의 차이로 고양이의 발톱을 피해 저 하늘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흔히 고양이가 작은 쥐 같은 설치류만 잘 잡는 사냥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고양이는 설치류는 물론 새도 잘 잡는다. 미사일로 따지면 고양이는 지대지(설치류) 미사일은 물론 지대공(조류) 미사일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들은 평소 지상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먹이 활동을 한다. 하지만 이동을 할 때는 종종 저공으로 날기도 한다. 고양이의 급작스러운 점프 능력은 이렇게 저공비행을 하는 새들을 대상으로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사냥기술이다.
고양이가 가진 힘의 원천은 순발력(瞬發力)이다. 순발력의 사전적 의미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 결과 운동 주체가 원하는 달리고, 뛰고, 던지는 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다.
부연설명하면 순발력은 근육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수축하며 행동을 만들 때 필요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가만히 있다가 도움닫기를 하지 않고 공중으로 점프하는 행동을 할 때 필요한 힘이다.
그런데 이런 순발력은 고양이만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니다. 고양이의 야생 사촌들인 서발(Serval), 카라칼(Caracal) 등도 가지고 있다.
물론 고양이의 순발력에 당하는 사냥감들은 습격당하기 직전까지도 주변에 고양이가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양이의 이빨이나 발톱에 공격을 당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양이의 놀라운 순발력의 희생자가 되는 셈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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