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 포터상]KT, 임자도서 시작한 ‘기가’ 프로젝트, 방글라데시에서도 꽃 피워
고승연 기자
입력 2017-09-18 03:00 수정 2017-09-18 03:00
KT
처음엔 다들 의심했다. 많은 대기업이 그렇듯, 한두 번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도하다 생색만 내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CSV 전략’이 어떤 개념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탓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CSV 전략은 그 어떤 사회공헌활동보다 지속성이 강하고 파급력이 크다는 사실을 대중이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도 KT는 확신했다. 진정한 ‘윈윈(win-win)’은 CSV 전략을 통해 이뤄질 수 있고, 이 전략이 또한 가장 지속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가 아일랜드로 시작된 KT의 기가스토리는 경기 파주시 휴전선 인근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대성마을의 대성동 기가스쿨로, 인천 옹진군 백령도의 두 번째 기가 아일랜드로, 경남 하동군 지리산의 청학동 기가 창조마을로 퍼져 나갔다.
이는 2017년 제4회 CSV 포터상 성과관리 우수성 부문 수상이라는 영광으로 돌아왔다.
KT는 기가 스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기여와 기업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임자 기가 아일랜드는 교육, 문화, 의료 등에서 솔루션 활용을 통한 사회적 개선 효과가 약 1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이미지 홍보 효과도 약 15억 원에 이른다고 KT는 밝혔다. 대성동 기가 스쿨의 경우 이 사업으로 교육 수혜를 받은 건수가 1만4293건에 달했다. 대성동 기가 스쿨은 또한 통일맞이 첫 마을 대성동 프로젝트로 발전하면서 정부 4개 부처와의 협업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사실상 정부 정책을 기업이 이끌어 낸 셈이다. 기가 스토리는 ‘홍보 효과’와 ‘이미지 제고’만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사회공헌활동과는 달리 실질적인 사업 성과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다양한 사회적 성과 이외에도, 실질적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기존의 사회책임활동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기가 스토리’는 명실상부한 CSV 전략으로서 확실히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CSV 스토리가 되다
KT의 기가 스토리는 언제나 대한민국 최초의 CSV 스토리이자 최고의 스토리였다. 그리고 이제는 글로벌 스토리가 됐다. 2017년 4월 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남서쪽으로 400km 떨어진 외딴 섬에서 KT의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방글라데시 오지이자 낙도인 모헤시칼리섬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KT 최초의 해외 ‘기가 아일랜드’로,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게 진행되는 글로벌 CSV 프로젝트였다. 제주도의 5분의 1 크기의 이 섬에는 3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지만 인터넷 사용은 불가능했다. 지리적으로도 낙도였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 밖에 존재하는 ‘정보화 낙도’이기도 했다. KT는 이곳에 각종 첨단 기가 네트워크 시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우선 주민의 30%에 해당하는 3개 지역 25개 공공기관이 그 대상이다. 화상회의, 원격교육과 진료, 전자상거래가 시작됐다.
KT는 이 섬에 사는 초등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12개 교육기관에 풀HD 화질로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솔루션 ‘케이박스’를 보급했고, 현지 학생들은 이 케이박스를 통해 수도 다카에 있는 교사들로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영어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의료 낙후 지역인 점도 고려해, 모바일 초음파기와 모바일 소변 진단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 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방글라데시 전역으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건국 50년이 되는 2021년까지 ICT를 통해 교육과 의료환경 개선, 빈곤 퇴치, 실업률 개선 등을 목표로 중진국에 진입하는 ‘디지털 방글라데시 2021’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 전략적 파트너로 KT가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KT는 방글라데시의 빈곤 탈출과 경제 성장이 곧 KT의 성과로도 돌아오는 ‘윈윈’ 구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계속되는 기가 스토리
방글라데시 외딴섬에서 글로벌 CSV 성공 사례가 들려오기 한 달 전, 한국에서도 또 하나의 CSV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인천 강화군의 휴전선 근처 섬, 교동도였다. KT는 올 3월 교동도에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통일부, 인천시 등과 ‘교동 기가 아일랜드’ 조성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국내에서는 5번째 기가 스토리 사업이다. 개발에 뒤처진 휴전선 접경 지역을 통일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관광특구로 변모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교동도는 6·25전쟁 당시 황해도 주민 3만여 명이 피난 와 정착한 강화군 북서쪽 섬으로, 북한과 직선 거리가 2.6km밖에 안 되는 곳이다. 현재도 100여 명의 실향민이 교동 대룡시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KT는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여전히 1960∼1970년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대룡시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옛 분위기를 유지하고 관리하되, 시장 내외에서의 각종 서비스는 첨단 기가 네트워크로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다. 관광객 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도 마련된다. KT는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 30가구의 전기사용량 패턴을 분석해 오랫동안 사용량이 감지되지 않는 등, 이상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각 지역 내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농가 환경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팜 시스템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교동도와 수도권의 정보기술 격차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교동대교가 놓인 이후에도 지역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정보화의 대교를 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 모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CSV 전략을 이끌고 있다. KT는 장기 지속가능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전사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2016년 4월 대한민국 통신기업 최초로 이사회 내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인 지속가능경영센터를 신설했다. 취임 이후 수년간 기존의 사회공헌활동을 넘어서는 공유가치창출 전략을 강조해왔던 황 회장의 의지가 실체화됐고, 실제 경영 방향에 성과 향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KT는 3월 인천 강화군 휴전선 근처 섬 교동도에서 5번째 기가 스토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은 1960∼70년대 분위기로 관광상품화 한 교동도 대룡시장 전경. KT 제공
2014년 국내 대표 통신회사이자 첨단 정보통신 기업인 KT가 ‘섬’이라는 화두를 꺼내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새도 없이 2014년 10월,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전남 신안의 작은 섬 임자도에서 시작됐다. KT의 첨단 기가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해 교육, 문화, 경제, 복지, 환경 전반에 걸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이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KT의 핵심 역량인 네트워크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지역사회를 개발하고 활성화하는 ‘기가 스토리’의 일환이기도 했다. KT의 기가 스토리는 기가 네트워크가 자랑하는 ‘속도’와 ICT 솔루션의 ‘융합’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KT의 미래 네트워크 전략, ‘기가토피아(GIGAtopia)’의 일환이다. 즉 KT의 대표 공유가치창출(CSV) 프로그램으로서, 기가토피아와 연장선상에 있다.처음엔 다들 의심했다. 많은 대기업이 그렇듯, 한두 번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도하다 생색만 내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CSV 전략’이 어떤 개념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탓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CSV 전략은 그 어떤 사회공헌활동보다 지속성이 강하고 파급력이 크다는 사실을 대중이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도 KT는 확신했다. 진정한 ‘윈윈(win-win)’은 CSV 전략을 통해 이뤄질 수 있고, 이 전략이 또한 가장 지속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가 아일랜드로 시작된 KT의 기가스토리는 경기 파주시 휴전선 인근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대성마을의 대성동 기가스쿨로, 인천 옹진군 백령도의 두 번째 기가 아일랜드로, 경남 하동군 지리산의 청학동 기가 창조마을로 퍼져 나갔다.
이는 2017년 제4회 CSV 포터상 성과관리 우수성 부문 수상이라는 영광으로 돌아왔다.
KT는 기가 스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기여와 기업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임자 기가 아일랜드는 교육, 문화, 의료 등에서 솔루션 활용을 통한 사회적 개선 효과가 약 1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이미지 홍보 효과도 약 15억 원에 이른다고 KT는 밝혔다. 대성동 기가 스쿨의 경우 이 사업으로 교육 수혜를 받은 건수가 1만4293건에 달했다. 대성동 기가 스쿨은 또한 통일맞이 첫 마을 대성동 프로젝트로 발전하면서 정부 4개 부처와의 협업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사실상 정부 정책을 기업이 이끌어 낸 셈이다. 기가 스토리는 ‘홍보 효과’와 ‘이미지 제고’만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사회공헌활동과는 달리 실질적인 사업 성과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다양한 사회적 성과 이외에도, 실질적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기존의 사회책임활동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기가 스토리’는 명실상부한 CSV 전략으로서 확실히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CSV 스토리가 되다
KT의 기가 스토리는 언제나 대한민국 최초의 CSV 스토리이자 최고의 스토리였다. 그리고 이제는 글로벌 스토리가 됐다. 2017년 4월 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남서쪽으로 400km 떨어진 외딴 섬에서 KT의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방글라데시 오지이자 낙도인 모헤시칼리섬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KT 최초의 해외 ‘기가 아일랜드’로,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게 진행되는 글로벌 CSV 프로젝트였다. 제주도의 5분의 1 크기의 이 섬에는 3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지만 인터넷 사용은 불가능했다. 지리적으로도 낙도였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 밖에 존재하는 ‘정보화 낙도’이기도 했다. KT는 이곳에 각종 첨단 기가 네트워크 시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우선 주민의 30%에 해당하는 3개 지역 25개 공공기관이 그 대상이다. 화상회의, 원격교육과 진료, 전자상거래가 시작됐다.
KT는 이 섬에 사는 초등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12개 교육기관에 풀HD 화질로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솔루션 ‘케이박스’를 보급했고, 현지 학생들은 이 케이박스를 통해 수도 다카에 있는 교사들로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영어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의료 낙후 지역인 점도 고려해, 모바일 초음파기와 모바일 소변 진단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 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방글라데시 전역으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건국 50년이 되는 2021년까지 ICT를 통해 교육과 의료환경 개선, 빈곤 퇴치, 실업률 개선 등을 목표로 중진국에 진입하는 ‘디지털 방글라데시 2021’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 전략적 파트너로 KT가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KT는 방글라데시의 빈곤 탈출과 경제 성장이 곧 KT의 성과로도 돌아오는 ‘윈윈’ 구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KT는 방글라데시 낙도 모헤시칼리섬에서 최초의 글로벌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은 KT 기가 네트워크를 통해 섬에 사는 학생들이 화상 교육을 받는 모습. KT 제공
국내에서도 계속되는 기가 스토리
방글라데시 외딴섬에서 글로벌 CSV 성공 사례가 들려오기 한 달 전, 한국에서도 또 하나의 CSV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인천 강화군의 휴전선 근처 섬, 교동도였다. KT는 올 3월 교동도에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통일부, 인천시 등과 ‘교동 기가 아일랜드’ 조성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국내에서는 5번째 기가 스토리 사업이다. 개발에 뒤처진 휴전선 접경 지역을 통일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관광특구로 변모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교동도는 6·25전쟁 당시 황해도 주민 3만여 명이 피난 와 정착한 강화군 북서쪽 섬으로, 북한과 직선 거리가 2.6km밖에 안 되는 곳이다. 현재도 100여 명의 실향민이 교동 대룡시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KT는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여전히 1960∼1970년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대룡시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옛 분위기를 유지하고 관리하되, 시장 내외에서의 각종 서비스는 첨단 기가 네트워크로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다. 관광객 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도 마련된다. KT는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 30가구의 전기사용량 패턴을 분석해 오랫동안 사용량이 감지되지 않는 등, 이상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각 지역 내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농가 환경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팜 시스템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교동도와 수도권의 정보기술 격차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교동대교가 놓인 이후에도 지역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정보화의 대교를 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 모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CSV 전략을 이끌고 있다. KT는 장기 지속가능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전사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2016년 4월 대한민국 통신기업 최초로 이사회 내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인 지속가능경영센터를 신설했다. 취임 이후 수년간 기존의 사회공헌활동을 넘어서는 공유가치창출 전략을 강조해왔던 황 회장의 의지가 실체화됐고, 실제 경영 방향에 성과 향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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