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친환경차 ‘양방향 충전기’ 개발… 전기차가 도시를 충전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7-08-16 10:55 수정 2017-08-16 11:00
현대모비스는 16일 V2G(Vehicle To Grid) 구현에 핵심기술인 전기차 탑재형 양방향 충전기(Bi-directional On Board Charger, 이하 양방향 OBC)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V2G는 전기차(EV)와 플로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충전식 친환경차를 전력망과 연결시켜 주차 중 유휴 전력을 이용하는 개념이다. 전력망을 통해 전기차를 충전했다가 주행 후 남은 전기를 전력망으로 다시 송전(방전)하는 방식으로 전기차가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가 되는 셈이라고 현대모비스는 설명했다.
차량이 공급하는 전력은 필요한 경우 가정이나 작은 마을 등에서 비상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회사에 따르면 전기차 4대로 약 20가구의 하루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국내에서 정전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액은 연간 65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전기차의 유휴 전력을 잘 활용하면 여유 전력 확보를 통해 대규모 정전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V2G 적용 차량 약 10만대가 보급될 경우 화력발전소 1기 발전용량(500MW) 수준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동차 운행시간이 20% 이하이고 나머지는 주차 중”이라며 “전기차의 에너지를 대체 전력으로 활용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V2G 기술은 일본과 덴마크, 미국,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V2G 구현을 위해선 충전식 친환경차와 양방향 OBC, 양방향 충전소, 방전 요금체계 등이 갖춰져야 한다. 이 중 핵심은 양방향 OBC로 시범사업 외에는 양산 사례가 거의 없는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부품으로 통한다.
현대모비스는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한 ‘V2G 실증사업’에 참여해 양방향 OBC 개발을 담당했다. 국내에서 양방향 OBC를 친환경차에 탑재해 안전성능을 검증하고 실증사업을 통해 상용화 수준으로 개발한 것은 현대모비스가 처음이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양방향 OBC에는 직류와 교류를 양방향으로 변환하고 전압과 전력 주파수 등을 전력망과 동기화하기 위해 AC↔DC 컨버터, 승압·강압 컨버터 등 ‘양방향 전력제어 회로’가 적용됐다.
회사는 가상 전력 시나리오에 따른 실차 검증을 올해 초부터 시작해 지난달 말 완료했다. 또한 한전의 실시간 전력데이터와 연동한 실차 검증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실차 검증은 전용 충전소가 배터리 효율과 용량 등 차량의 전력 상태를 진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어 전력 공급량과 비용, 부하량 등을 분석한 가상의 시나리오에 따라 최적의 V2G 스케줄이 만들어진다. 차량은 이 데이터 신호를 받아 정해진 일정에 따라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게 된다.
현대모비스의 양방향 OBC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의 단방향 충전기와 동일한 사이즈로 개발됐다. 충·방전 출력은 모두 전기차에 적합한 6.6kW급을 구현하면서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과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현대모비스 측은 설명했다.
안병기 현대모비스 친환경설계실장은 “V2G는 오는 2020년 국내에서도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양방향 OBC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에너지 손실율을 한층 더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발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약 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V2X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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