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강남집 한 채, 갭투자 열 채보다 낫다?

강성휘기자

입력 2018-01-08 03:00 수정 2018-01-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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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치솟는 집값에 수요 몰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변모 씨(49·여)는 지난해 6월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거래) 매물로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면적 59m²를 점찍어뒀다. 당시 집값과 전세금 차이는 약 5억 원이었다. 여윳돈에 대출을 조금 받으면 바로 조달할 수 있는 돈이었지만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정부 규제로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 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규제 발표 이후 오히려 집값은 2억 원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전세금은 3000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 변 씨는 “갭투자 대신 수도권 신축 아파트를 사들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예비 갭투자자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가파르게 오르는 서울 아파트 값과 달리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이어가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 전세가율 60%대 임박

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70.1%로 전월(70.6%)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전세가율은 2015년 6월 이후 줄곧 70%대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8개월 연속 하락세를 타며 70%대 붕괴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는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도심을 중심으로 한 서울 아파트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값은 0.33% 오르며 주간 상승률이 ‘8·2부동산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1월 첫째 주 상승률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규제 이후 되레 ‘강남 불패(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민들도 강남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등 시장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고 했다.

전세시장은 차분한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주간 전세금 상승률은 지난해 7월 마지막 주 이후 줄곧 0.1%를 밑돌고 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부동산연구소장은 “수도권 입주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서울 전세 수요가 분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전세가율 하락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의 입주물량은 3만4000여 채로 지난해보다 28%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입주 물량이 늘면 그만큼 전세 매물이 많아져 전세금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조성귀 강동명문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 집값은 꾸준히 오를 것 같은데, 필요한 투자금이 점점 늘어나니까 예비 갭투자자들이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며 “정부 규제 직후에도 끄떡하지 않던 갭투자자들이 오히려 규제 실패로 집값이 뛰자 투자를 고민하거나 포기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차라리 신도시 갭투자 매물이나 강남 노리자”

서울지역 갭투자 부담이 늘면서 예비 갭투자자들의 눈길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강북이나 1기 신도시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갭투자 매물이 나오면 연차를 내고서라도 계약할 테니 연락을 달라는 투자자가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강남 등 서울 신규 청약 시장을 노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자들은 대부분 다주택자이기 때문에 서울 등 신규 청약에 불리하지만 소자본으로 갭투자에 뛰어들려던 무주택 예비 갭투자자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도시 신규 청약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계약금만 내고 2년 뒤에 나머지 돈을 내면 되는데 강남 아파트는 이 기간에 매매가가 충분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세금으로 중도금과 잔금을 지불한 뒤 차액(매매가-전세금)을 평가이익으로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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