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시세보다 덜올린 집주인엔 보유세 감면 등 혜택을”[인사이드&인사이트]
동아일보
입력 2022-05-31 03:00 수정 2022-05-31 19:08
임대차법 시행 2년 앞두고 제도 개선위한 4가지 방향
② 등록임대사업 적극 장려… 전월세 시장 늘릴 필요
③ 고액 전월세 보호는 문제… 취약계층 별도 지원책을
④ 신규주택 공급 지속 확대… 시장수요 맞추는게 중요
《올해 7월 말이 되면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을 맞이한다. 개정 임대차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 2년이던 전월세 거주 기간을 갱신 계약을 통해 4년까지 늘리고(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 가격을 갱신 계약 시 최대 5% 상승률 이내로 제한하는(전월세상한제)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차법이 세입자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주거비를 절감하는 기존 목표를 달성하고 있을까. KB부동산 리브온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20년 7월과 비교해 19.8%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는 23.63% 올랐다. 매매 가격도 덩달아 올라 이 기간 전국은 28.54%, 서울은 26.45% 상승률을 나타냈다. 임대차법 시행 취지와는 달리 전월세 시장 가격은 오히려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 중 갱신권을 행사해 2년을 추가로 거주한 세입자의 경우 7월 말이 지나면 법이 규제한 대로 책정된 규제가격이 아닌 이전보다 20% 안팎으로 오른 높은 시장가격대로 신규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주택 시장은 왜 임대차법 취지와 반대로 반응하고 있을까. 먼저 전월세 시장은 세입자만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와 집주인이 균형을 이루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어떤 정책이 세입자만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집주인은 집주인의 이익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서 정책 변화에 대응하게 된다. 특히 임대차법은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형법이 아니라 개인 간 계약에 관한 민법이다. 세입자와 집주인의 협의만 있다면 임대차법의 규정과 다른 계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우리나라 전월세 시장에서는 법의 규제에 의해 통제되는 규제가격과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상을 통해 결정한 협상가격, 그리고 집주인의 의도가 대폭 반영된 시장가격이 공존하게 됐다. 가장 낮은 규제가격과 가장 높은 시장가격, 그리고 중간에 협상가격이 형성되면서 이른바 ‘3중 가격’이 작동하게 됐다.
개정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월세 시장은 전체적인 가격 상승 외에도 또 다른 변화를 겪고 있다. 바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중개플랫폼 회사인 직방이 올해 1∼4월 서울 지역 전월세 계약 확정일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월세 계약 비중이 51.6%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곧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필자는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주택임대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책 개선 방향’에서 주택 점유 형태별 중위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비중을 연구한 바 있다. 2014년 기준 월세 거주자의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수준은 16.2%로 전세의 5.4%와 10%포인트 이상 큰 차이가 났다. 특히 월세 거주 가구주의 주거비 부담은 중간값을 기준으로 2001년 15만 원에서 2014년 30만 원으로 증가해 전세(2001년 10만 원, 2014년 15만 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다른 변화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매매 시장과 전월세 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주택 시장은 매매 시장이 안정될 무렵 약간의 시차를 두고 전세 가격이 오르거나 급등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14년 전후 주택 시장은 ‘하우스 푸어’라는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매매 가격이 크게 하락한 시점이었다. 반면 전세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심리가 사그라들고 전월세로 계속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함께 오르거나 함께 정체하는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동조현상으로 7월 이후 신규 전월세 계약이 늘어나며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면 매매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 이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주택 매수에 나서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며 임대차법을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4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세입자만을 위한 정책에서 세입자와 집주인이 상호 균형을 이루는 관점으로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와 집주인은 적대 관계가 아니다. 세입자뿐 아니라 집주인에게도 임대차법의 규정을 지킬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갱신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전월세 가격을 대폭 올리지 않아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한 집주인 등에게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는 것과 유사한 보유세나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장려해 제도권 전월세 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필요하다. 전월세 시장에서 제도권 등록임대 시장의 비중은 36%에 그친다. 시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유효한 정책을 설계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임대차법 취지에 상응하면서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에 부합하는 장기임대사업자인 경우 보유세 및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식으로 등록임대를 적극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시장 전체에 적용되는 전월세 정책과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 정책은 구별해야 한다. 현재 임대차법은 전월세 시장 전반에 걸쳐 고액 전월세 세입자까지 보호하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적 보호와는 다른 차원인 셈이다. 마치 고액 세입자를 포함한 모든 세입자를 주거취약계층인 것처럼 보호하는 현 임대차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월세 정책은 지속적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이뤄질 때 유효하다. 특히 신규 주택 공급은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입지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지역을 적극 활용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② 등록임대사업 적극 장려… 전월세 시장 늘릴 필요
③ 고액 전월세 보호는 문제… 취약계층 별도 지원책을
④ 신규주택 공급 지속 확대… 시장수요 맞추는게 중요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올해 7월 말이 되면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을 맞이한다. 개정 임대차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 2년이던 전월세 거주 기간을 갱신 계약을 통해 4년까지 늘리고(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 가격을 갱신 계약 시 최대 5% 상승률 이내로 제한하는(전월세상한제)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차법이 세입자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주거비를 절감하는 기존 목표를 달성하고 있을까. KB부동산 리브온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20년 7월과 비교해 19.8%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는 23.63% 올랐다. 매매 가격도 덩달아 올라 이 기간 전국은 28.54%, 서울은 26.45% 상승률을 나타냈다. 임대차법 시행 취지와는 달리 전월세 시장 가격은 오히려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 중 갱신권을 행사해 2년을 추가로 거주한 세입자의 경우 7월 말이 지나면 법이 규제한 대로 책정된 규제가격이 아닌 이전보다 20% 안팎으로 오른 높은 시장가격대로 신규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 임대차법 시행 후 ‘3중 가격’ 형성된 전월세 시장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우리나라 전월세 시장에서는 법의 규제에 의해 통제되는 규제가격과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상을 통해 결정한 협상가격, 그리고 집주인의 의도가 대폭 반영된 시장가격이 공존하게 됐다. 가장 낮은 규제가격과 가장 높은 시장가격, 그리고 중간에 협상가격이 형성되면서 이른바 ‘3중 가격’이 작동하게 됐다.
개정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월세 시장은 전체적인 가격 상승 외에도 또 다른 변화를 겪고 있다. 바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중개플랫폼 회사인 직방이 올해 1∼4월 서울 지역 전월세 계약 확정일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월세 계약 비중이 51.6%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곧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 월세 비중 늘고 매매-전월세 시장 동조화
또 다른 변화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매매 시장과 전월세 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주택 시장은 매매 시장이 안정될 무렵 약간의 시차를 두고 전세 가격이 오르거나 급등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14년 전후 주택 시장은 ‘하우스 푸어’라는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매매 가격이 크게 하락한 시점이었다. 반면 전세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심리가 사그라들고 전월세로 계속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함께 오르거나 함께 정체하는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동조현상으로 7월 이후 신규 전월세 계약이 늘어나며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면 매매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 이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주택 매수에 나서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세입자-집주인 모두 고려한 임대차법 필요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임대차법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정책의 변화를 통해 현재의 전월세 시장을 개선할 경우 초래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 주택 전월세 시장은 갱신 계약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며 나름대로 바뀐 임대차법에 시장이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며 임대차법을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4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세입자만을 위한 정책에서 세입자와 집주인이 상호 균형을 이루는 관점으로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와 집주인은 적대 관계가 아니다. 세입자뿐 아니라 집주인에게도 임대차법의 규정을 지킬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갱신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전월세 가격을 대폭 올리지 않아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한 집주인 등에게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는 것과 유사한 보유세나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장려해 제도권 전월세 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필요하다. 전월세 시장에서 제도권 등록임대 시장의 비중은 36%에 그친다. 시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유효한 정책을 설계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임대차법 취지에 상응하면서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에 부합하는 장기임대사업자인 경우 보유세 및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식으로 등록임대를 적극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시장 전체에 적용되는 전월세 정책과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 정책은 구별해야 한다. 현재 임대차법은 전월세 시장 전반에 걸쳐 고액 전월세 세입자까지 보호하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적 보호와는 다른 차원인 셈이다. 마치 고액 세입자를 포함한 모든 세입자를 주거취약계층인 것처럼 보호하는 현 임대차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월세 정책은 지속적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이뤄질 때 유효하다. 특히 신규 주택 공급은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입지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지역을 적극 활용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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