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암 칼럼]‘문재인 시즌2-노무현 시즌3’로는 미친 집값 못 잡는다
천광암 논설실장
입력 2021-11-22 03:00 수정 2021-11-22 16:57
이재명 文부동산과 선 긋기
하지만, “집은 공공재” 황당 인식
실상은 文·盧 부동산 정책 닮은꼴
‘갈라치기’ 수법 그만 우려먹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최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연이은 비판과 대리사과 행보를 하고 있다. 15일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서는 “너무나 많은 고통과 좌절을 안겨드렸다”고 사과했고, 17일 한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의 주요 구성원으로 또 한번 정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과거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5월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을 때도 SNS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말씀에 모든 답이 들어 있음에도 해당 관료들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 미션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부동산 참극의 원인을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 관료들의 게으름과 불성실로 인한 ‘미진한 집행’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랬던 이 후보가 공공연한 문 정부 ‘선 긋기’에 나선 것은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 여론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 그 주된 원인이 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이라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19일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이 꼽은 이유도 ‘부동산 정책’이 37%로 압도적인 1위였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여당 대선 후보로부터 최우선 차별화 대상이 될 만큼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노무현 정부 5년간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도, 아무 반성 없이 ‘노무현 시즌2’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노 정부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정책과정과 시간이 필요한 공급대책을 철저히 외면하고 당장 눈앞에서 효과가 나오는 세금 폭탄과 돈줄 조이기 등 대증요법에 ‘올인’했다. 결과는 작년 7월까지 22전 22패였다. 뒤늦게 자칭 “쇼크 수준”이라는 공급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민간’은 없고 ‘공공’만 있는 반쪽짜리 작동 불능 대책이었다.
이 후보의 문제는 겉으로는 문 정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문재인 시즌2-노무현 시즌3’라는 점이다. 이 후보는 6일 한 청년공유주택을 방문해서 “집은 공공재”라고 말했는데, 노 정부와 문 정부의 기본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잘못된 생각이다. 부동산 문제를 ‘공유지의 비극’에 빗댄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올해 7월 발언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집은 경제학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적 재화다. 공공재는 국방이나 치안 서비스처럼 내가 쓴다고 해서 남을 못 쓰게 하거나, 내가 많이 쓴다고 남이 덜 쓰게 할 수 없는 재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집이 여기에 해당될 여지는 전혀 없다.
잘못된 인식은 잘못된 처방을 낳는다.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 등 이 후보의 공약이 그런 경우다. 이 후보는 임기 중 250만 채를 건설하겠다면서 그중 100만 채를 공공이 주체가 되는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기본주택 건설에 필요한 택지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실현이 되더라도 공공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LH 사태’ 같은 비리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국토보유세는 땅에도 주택용지 상업용지 산업용지 나대지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발상이다. 의욕만 앞섰을 뿐 종부세보다 훨씬 무모하면서 정교함은 크게 떨어지는 ‘개악 버전’이다.
노 정부와 문 정부 2대에 걸친 부동산 정책의 한계는 본질적으로 ‘반짝 효과’ 말고는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문 정부에서도 종부세를 대폭 강화한 2018년 9·13대책이 시행되자 부동산 가격은 수개월 동안 하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2년 전인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던 호언도 이 잠깐 동안의 안정세에 도취해서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한번 내성(耐性)을 키운 집값은 이후 더 미친 듯한 기세로 올랐다.
이 후보가 ‘문재인 시즌2-노무현 시즌3’인 부동산 정책의 내용물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선 긋기 차별화’ 노력을 한다고 해도 넘어갈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 정부와 문 정부가 도합 50번 넘게 쏟아낸 부동산 대책의 참담한 결과가 국민들의 뇌리에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90%는 이득 보는데 반대하면 바보 짓”이라는 식의 얄팍한 ‘갈라치기’ 수법에 기댈 생각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두 정권에서 10년이면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었다.
천광암 논설실장 iam@donga.com
하지만, “집은 공공재” 황당 인식
실상은 文·盧 부동산 정책 닮은꼴
‘갈라치기’ 수법 그만 우려먹어야
천광암 논설실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최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연이은 비판과 대리사과 행보를 하고 있다. 15일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서는 “너무나 많은 고통과 좌절을 안겨드렸다”고 사과했고, 17일 한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의 주요 구성원으로 또 한번 정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과거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5월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을 때도 SNS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말씀에 모든 답이 들어 있음에도 해당 관료들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 미션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부동산 참극의 원인을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 관료들의 게으름과 불성실로 인한 ‘미진한 집행’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랬던 이 후보가 공공연한 문 정부 ‘선 긋기’에 나선 것은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 여론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 그 주된 원인이 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이라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19일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이 꼽은 이유도 ‘부동산 정책’이 37%로 압도적인 1위였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여당 대선 후보로부터 최우선 차별화 대상이 될 만큼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노무현 정부 5년간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도, 아무 반성 없이 ‘노무현 시즌2’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노 정부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정책과정과 시간이 필요한 공급대책을 철저히 외면하고 당장 눈앞에서 효과가 나오는 세금 폭탄과 돈줄 조이기 등 대증요법에 ‘올인’했다. 결과는 작년 7월까지 22전 22패였다. 뒤늦게 자칭 “쇼크 수준”이라는 공급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민간’은 없고 ‘공공’만 있는 반쪽짜리 작동 불능 대책이었다.
이 후보의 문제는 겉으로는 문 정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문재인 시즌2-노무현 시즌3’라는 점이다. 이 후보는 6일 한 청년공유주택을 방문해서 “집은 공공재”라고 말했는데, 노 정부와 문 정부의 기본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잘못된 생각이다. 부동산 문제를 ‘공유지의 비극’에 빗댄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올해 7월 발언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집은 경제학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적 재화다. 공공재는 국방이나 치안 서비스처럼 내가 쓴다고 해서 남을 못 쓰게 하거나, 내가 많이 쓴다고 남이 덜 쓰게 할 수 없는 재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집이 여기에 해당될 여지는 전혀 없다.
잘못된 인식은 잘못된 처방을 낳는다.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 등 이 후보의 공약이 그런 경우다. 이 후보는 임기 중 250만 채를 건설하겠다면서 그중 100만 채를 공공이 주체가 되는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기본주택 건설에 필요한 택지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실현이 되더라도 공공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LH 사태’ 같은 비리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국토보유세는 땅에도 주택용지 상업용지 산업용지 나대지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발상이다. 의욕만 앞섰을 뿐 종부세보다 훨씬 무모하면서 정교함은 크게 떨어지는 ‘개악 버전’이다.
노 정부와 문 정부 2대에 걸친 부동산 정책의 한계는 본질적으로 ‘반짝 효과’ 말고는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문 정부에서도 종부세를 대폭 강화한 2018년 9·13대책이 시행되자 부동산 가격은 수개월 동안 하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2년 전인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던 호언도 이 잠깐 동안의 안정세에 도취해서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한번 내성(耐性)을 키운 집값은 이후 더 미친 듯한 기세로 올랐다.
이 후보가 ‘문재인 시즌2-노무현 시즌3’인 부동산 정책의 내용물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선 긋기 차별화’ 노력을 한다고 해도 넘어갈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 정부와 문 정부가 도합 50번 넘게 쏟아낸 부동산 대책의 참담한 결과가 국민들의 뇌리에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90%는 이득 보는데 반대하면 바보 짓”이라는 식의 얄팍한 ‘갈라치기’ 수법에 기댈 생각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두 정권에서 10년이면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었다.
천광암 논설실장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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