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유영]‘집값 버블’ 경고 나선 정부, 호언장담만으로 집값 잡겠나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입력 2021-07-13 03:00 수정 2021-07-13 15:45
김유영 산업2부 차장
경제 당국자들이 잇달아 ‘부동산 거품’을 경고하고 나섰다.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집값이 고점에 가깝다. 수요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더니 금융위 부위원장은 “부동산시장에 검은 먹구름이 온다”며 “부동산 투자에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주택정책 수장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2∼3년 후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금리가 오르면 집값 오름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길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경제부처들이 이렇게까지 한목소리인 적이 있었나 싶지만, 돌이켜 보면 노무현 정부 때와 닮았다. 당시 ‘버블 세븐’으로 상징되는 집값 상승세가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번지며 민심이 악화되자 정부는 넘치는 유동성을 원망했다. 2006년 1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금융의 해이에서 부동산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국정홍보처는 바로 국정 브리핑에 “과잉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글을 실었고, 급기야는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이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러 갔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한은 독립성’을 무시하고 집값 잡으려 금리 인상을 압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한은은 그 전후(2005년 10월∼2008년 9월)로 8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금리를 올렸다고 집값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이 기간 수도권 아파트 값은 KB국민은행 통계를 기준으로 오히려 30% 상승했다. 보유세 강화, 양도세 중과, 토지거래허가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등 다방면에 걸친 수요억제책을 유지한 영향이 크다.
이번엔 당시의 수요억제책을 보다 강도 높게 가져다 쓴 데다 한은까지 가세해 미리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번에도 금리가 올라도 집값 상승세 진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론적으로는 하락할 수 있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장 하반기 입주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고 현 정부가 호언장담한 공급대책 역시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3기 신도시에 대규모 공급을 한다지만 입주까지는 10년 안팎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대선도 부동산시장엔 리스크 요인이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현 정부 들어 실패한 수요억제책보다도 센 규제를 언급하고 있다.
결국 전방위적인 수요억제책을 풀고 서울 도심에 확실한 공급을 현실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부자들은 감내하지만 한계가구만 고통받을 여지가 크다. 현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이 취임 초반 “살고 있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했지만, 그 말을 듣고 정말 집을 판 사람들은 지금 가슴을 치고 후회한다.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국민에게 겁주며 ‘집 사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공급책을 무던하게 펼치는 것이다. 집값이 버블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판단하면 될 일이고 그 판단은 국민이 한다.
김유영 산업2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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