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충현]주세보다 높은 부동산 양도세, ‘세금의 실패’ 반복 말아야
송충현 경제부 기자
입력 2021-06-25 03:00 수정 2021-06-25 16:04
송충현 경제부 기자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세율이 가장 높은 세목은 소주, 위스키 등에 붙는 주세였다. 세율은 72%. 술로 인한 질병과 노동력 상실, 생산성 하락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쉽게 말하면 국민들이 되도록 술을 적게 마시게 하려고 정부가 비싼 세금을 물린다는 뜻이다.
이달부터는 세율 ‘1위’ 항목이 바뀌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양도세)의 최고세율이 75%로 올라 25가지 항목의 세금 중 가장 높아졌다. 여당과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세법을 바꾸고 집을 팔 때 생긴 차익에 2주택자는 최대 65%, 3주택자는 최대 75%까지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가 고율의 세금을 부과할 땐 이유가 있다. 1970년대 소득세 최고세율은 70%였다. 당시 과세 인프라가 부족해 세원 확보가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상당한 액수의 소득 탈루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세금을 왕창 물리는 식으로 ‘균형’을 찾았다. 조세 전문가들은 당시 과세 당국이 소득의 약 절반만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금액)으로 포착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또 다른 이유는 주세처럼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주세 관련 보고서는 ‘주류 소비 억제를 위한 규제’의 첫 번째 예로 고율의 세금을 언급하고 있다. 주세율은 1990년대 초반 맥주는 150%, 위스키는 120%였다. 수입주류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며 현재 72%로 조정됐다.
정부가 부동산 양도세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이유는 이보다 더 복합적이고 정치적이다. 고율의 세금으로 주택 매수 심리를 눌러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선의’와, 부동산 보유자의 수익을 거둬들여 부의 재분배에 쓰겠다는 ‘조세 정의’ 명분이 뒤섞여 있다. 여당이 1주택자라도 주택 매매 차익이 크면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고율 과세의 정책적 효과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양도세 등 거래세를 모두 강화하며 세금으로 조세 정의를 실천하고 부동산시장도 잡아보겠다고 덤볐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목적을 이루지도 못한 채 부동산 거래에 술보다 더 큰 ‘조세 페널티’를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지 않게 정부가 금융과 조세정책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 정부가 수년간 집을 가진 이들을 향해 세금으로 집중포화를 퍼붓고 얻은 부동산 정책 성적표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정책을 어디서 훔쳐서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할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다. 주택 보유 여부로 편을 가르고 무거운 세금을 물리면 통쾌할지 몰라도 세금으로 왜곡된 시장에서 집 없는 사람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술 소비를 줄이려고 가장 무거운 세금을 물렸는데도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알아주는 주당이라는 건 세금으로 시장의 수요를 잡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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