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0%로 내 집 마련’ 가능할까[오늘과 내일/허진석]

허진석 논설위원

입력 2021-06-04 03:00 수정 2021-06-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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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표가 띄우는 ‘누구나집’
정치적 쇼 안 되려면 상식에 맞아야


허진석 논설위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띄우고 있다. 집값의 10% 정도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한다. 10년 정도 세를 살다가 분양전환 때 최초 분양가로 집을 살 수 있는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임대법인이 가져가던 시세차익을 임차인이 갖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입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서 10%의 사업비를 낸다. 나머지는 시행·시공사가 출자하는 10%, 대출 80%로 채워진다.

10년 전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18년 영종미단시티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민간사업자가 조합원을 모집한 적이 있다. 8년 임대를 산 뒤에 최초 분양가로 분양받을 수 있는데도 당시 조합원을 제때 모으지 못했다. 당시 영종도는 미분양이 많은 상황이었는데도 ‘8년 후에도 최초가 분양’을 고려하다 보니 30평형대 분양가가 주변보다 3000만∼4000만 원 더 비쌌다. 또 조합원들이 내는 돈이 분양가의 10%뿐이어서 전체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사 및 건설사와의 협의도 지지부진했다. 사업을 살린 건 집값 급등이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사업성이 개선돼 올해 초에야 겨우 착공할 수 있었다.

내 집 마련 방안이 많아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좋은 일이다. 여당이 임대주택만 고집하지 않고 주택 소유 욕구를 인정한 점도 평가한다. 그러나 조목조목 따져보면 곳곳에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10년 뒤 분양할 아파트 가격을 지금 얼마로 책정하는 것이 적정하냐는 문제다. 지금 시세에 맞춘다면 사업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지금도 집값이 고점에 접근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10년 뒤의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 자체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난제가 될 공산이 크다.

둘째, 사업비의 80%를 대출로 충당하는 구조가 존속 가능하냐의 문제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한다. 비슷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리츠 사업자들은 ‘대출 비중은 사업비의 40% 이하’를 철칙처럼 지킨다. 이자 비용이 커지면 자본금을 까먹는 상황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국가 보증으로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춘다는데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물며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셋째, 사업시행자가 가질 수 있는 이점의 불확실성이다. 시세차익 대신 세입자들을 상대로 한 구내식당 운영, 차량공유 서비스, 돌봄 서비스, 헬스케어 사업 등으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지만 가늠이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틀렸을 때의 위험성이다. 세입자는 10년 동안 월세를 내며 사업비의 이자를 충당하는 셈인데, 집값이 정체하거나 내리게 되면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은 또 멀어지게 된다.

여당이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은 부동산정책 실패를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는 정치적 목적 때문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국민을 설득하려면 최소한의 경제이론과 상식에는 맞아야 한다. 하지만 1일 여당이 개최한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 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선 “시행사가 이익을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사회적 기여를 할 생각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비상식적인 답변까지 나왔다. 여당은 이 정책을 ‘부동산판 이익공유제’라며 자랑까지 하고 있다. 국민은 내 집 마련을 못 해 초조하다. 이념을 앞세운 허술한 정책으로는 그런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 수 없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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