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전환율[횡설수설/허진석]

허진석 논설위원

입력 2021-01-27 03:00 수정 2021-01-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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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학원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전세 수요가 많다. 임대차 2법이 도입되기 전인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m²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세가격은 5억 원가량이었다. 지금은 2개의 전세가격이 존재한다. 이미 세 들어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5%(2500만 원)만 올려주면 된다. 하지만 새로 전셋집을 찾아들어가는 사람이라면 10억 원을 내야 한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은 현재 2.5%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정해져 있다.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현재 0.5%)에 2%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나온 것이다. 1억 원의 전세를 월세로 돌린다면 1억 원의 2.5%인 250만 원을 연간 내면 된다. 즉, 월세로는 20만8333원이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세입자가 살던 전셋집에서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릴 때 해당하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이 전세로 살던 집에 월세로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평균적으로 형성되는 전월세전환율은 법정 전환율과는 차이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시장 전월세전환율은 작년 11월 기준 전국 평균이 5.7%로 나타났다. 1억 원의 전세금이 모자라면 월세 47만5000원이 필요하다. 2억 원이면 95만 원이나 된다. 시장 전월세전환율은 시기는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다. 작년 11월 기준 서울이 4.8%, 경기 5.9%, 인천 6% 수준이다. 수도권(5.2%)보다 지방(6.7%)이 높다. 서울의 한강 북쪽은 5%, 한강 남쪽은 4.6%다.

▷월세를 줄이고 전세금을 높일 때는 시장 전환율로 계산하는 게 세입자에게 유리한데, 이 방식을 적용하도록 국토교통부가 유권해석을 내렸다. 법정 전환율로 계산하면 훨씬 더 많은 환산 전세금이 나와서 세입자에게 불리하다. 다만 등록임대주택에 사는 세입자는 불리한 줄 뻔히 알면서도 법정 전환율을 써야 한다. 등록임대에 적용되는 민간임대특별법의 규정이 그렇게 돼있기 때문이다.

▷전월세살이가 복잡하게 꼬였다. 거슬러 가보면 작년 7월 31일 임대차 2법의 급격한 시행이 진원이다. 정부는 갱신계약을 한 세입자는 2년 더 거주하는 혜택을 입고 있다고 하는데, 현실에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입자를 힘들게 하는 각종 편법이 난무하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2년 뒤다. 추가계약 기간 2년이 끝나면 전세금 인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세입자를 보호한다며 만든 임대차 2법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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