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와 집주인, 적대관계로 모는 정부[광화문에서/김유영]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입력 2020-08-28 03:00 수정 2020-08-28 10:57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엄마 아빠 신혼 때는 6개월마다 이사 다녔다고?” 최근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국토교통부가 제작한 ‘90년대생은 모르는 그때 그 시절’이라는 웹툰이다. 이삿짐 싸기 힘들다고 불평하는 자녀에게 부모는 ‘라떼는 말이지…’라며 말문을 뗀다. 신혼 시절에는 멀쩡한 집을 두고 6개월마다 (임대차) 계약을 갱신했어야 했는데, 재계약을 못 하면 이사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들은 “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세입자)과 임대인(집주인)의 관계가 동등해지겠네”라며 ‘2년+2년’ 계약갱신청구권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과연 그런가. 현실 속의 세입자들은 여전히 마음을 졸이고 있다. 앞으로 가격을 못 올릴 걸 우려하는 집주인은 전세 매물을 새로 내놓을 때 4년 치 인상분을 반영해 높게 내놓거나 아예 반월세로 돌린다. 실거주를 이유로 현 세입자를 내보내고 다른 세입자를 들이려 하기도 한다.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때에는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높아진 전셋값에 전세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영끌’해서 돈을 마련한다. 주요 지역 아파트 매매가에 붙는 신고가(新高價)라는 수식어가 이젠 전세가에도 붙으니 속이 쓰리다. 영끌해도 전셋값이 모자라면 서울 외곽으로 밀려 나간다. 교육 환경이 좋은 지역에서는 자녀가 학교 마칠 때까지 눌러앉으려는 마음에 세입자가 먼저 전셋값을 5% 넘게 올리겠다는 경우도 있다. 집주인이 살겠다며 나가라고 할까 봐 미리 방어하려는 차원이다.
물론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부했는데 실제로 살지 않으면,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 계약 갱신을 거부당한 기존 세입자는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따라서 계약 갱신 거절을 당한 세입자는 자신이 전에 살았던 집에 집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억하심정으로 기존 집주인을 2년간 ‘감시’하고 시간과 비용을 따로 들여 소송에 나서는 세입자가 얼마나 있을까. 또 개인 정보보호에 역행해 거주 여부를 제3자인 기존 세입자에게 감시당해야 하는 집주인은 무슨 죄인가. 기존 세입자 동의 없이 임대료를 한 푼도 못 올린다는 규정도 양측의 갈등을 구조적으로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집주인과 세입자를 적대 관계로 설정한 정부 시각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공공임대 주택 못지않게 개인이 공급하는 임대주택도 중요하다. 전체 전·월세 시장에서 개인 등 민간이 공급하는 물량이 80∼90%에 이르기 때문이다.
세입자 보호 취지와 달리 시장 지표는 거꾸로 나오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는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0주 연속 상승하고 전세 품귀로 전세 수급지수는 전세대란(2015년) 수준으로까지 치솟았다. 지금이라도 세입자와 집주인이 상생 관계라는 시각으로 제도 연착륙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미래 언젠가는 ‘20년대생은 모르는 그때 그 시절: 엄마 아빠 신혼 때에는 집도 못 구했다고?’라는 도시괴담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김유영 산업2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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