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재건축 부담금 1인 1.4억…강남 재건축 침체 오나?
동아경제
입력 2018-05-16 16:33 수정 2018-05-16 16:37
양지영 R&C 연구소장
서초구청은 지난 15일 반포 현대 재건축 조합 측에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에 따른 1인당 부담금 예상액을 1억3569만 원으로 산정해 통지했다. 사업 종료 시점 주택가액에서 개시 시점의 주택가액과 개발비용, 정상적인 상황의 집값 상승액을 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이 중 일정 비율로 계산했다.
80가구에 불과한 반포 현대아파트의 1인당 예상 부담금이 1억 원이 넘었다는 것은 하나의 시그널을 받아들일 수 있다. 단지 규모가 크고, 가격이 많이 오른 재건축 단지들의 부담금은 수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강남구 은마아파트만 해도 각각 3930가구, 4424가구의 대단지다. 또한 재건축 아파트 시장 위축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1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도 약세를 나타냈다. 이번 주 송파(-0.01%)·강동(-0.02%)는 하락했고 강남은 보합세, 서초는 0.03% 올랐다.
강남구 개포 주공4단지를 비롯해 개포 주공7단지 그리고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은 4월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실거래가도 많이 떨어졌다. 개포 주공5단지 전용 61㎡는 1월에 14억 원에 거래됐지만 5월에는 12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잠실 주공5단지 82.61㎡는 1월 19억9000만 원에 거래되던 것이 3월 19억 원에 거래됐다. 물론 층과 향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서서 거래가 안되는 것이다.
올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가장 큰 변수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과 보유세였다. 조합원 등 시장에서는 설마 부담금이 억 소리 나겠냐 했지만 첫 타자가 억을 넘겼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이 크지 않았던 반포 현대가 그런 만큼 앞으로 다른 일명 인기 높았던 재건축 단지들의 부담금은 불 보듯 뻔하다.
올해 보유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폭탄 우려가 커졌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송파구(16.14%), 강남구(13. 73%), 서초구(12.70%) 등 강남 3구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공시가격이 급등한 만큼 보유세도 높아지게 됐다. 모 은행 세무팀장의 시뮬레이션 결과 지난해 9월 '50층 재건축' 허용 이후 시세가 급등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5㎡의 경우 공시가격이 작년 9억2000만 원에서 올해 11억 5천200만 원으로 25.22%나 상승했다. 이 아파트 1채만 갖고 있어도 보유세가 지난해 270만 원에서 올해 397만 원으로 47%가량 급등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이제 재건축 부담금에다 보유세 부담까지, 가지고 있는 게 부담이 되어버렸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팔아야 할 처지다. 10년 이상 보유ㆍ5년 이상 거주한 장기보유 1주택 조합원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부담금이 예고된 상황에서 매매 거래가 과연 쉽게 될까?
이번 재건축 부담금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매수자들도 더 확인하는 기회가 된 만큼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수는 관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거래 위축과 그에 따른 가격 조정은 이번 재건축 부담금 등으로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시장에 많은 유동자금이 막힌 강남 재건축을 떠나 새 아파트와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를 강남 재건축 아파트 타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자금 여력이 풍부하고 5년 이상 장기적으로 가지고 갈 목표로 들어가는 것은 큰 무리가 없지만, 단기 투자 목적으로 들어가는 수요자들이라면 지금은 절대 매수 적기가 아니다. 재건축이든 당장 풍선효과를 받을 새 아파트이든 지금은 한 템포 쉬어 갈 타이밍으로 보인다.
양지영 R&C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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