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난 전셋값… 집값도 떨어질까?
동아경제
입력 2018-03-14 09:16 수정 2018-03-14 18:47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0.02% 떨어졌던 전셋값은 8일 기준 0.06% 내렸다. 학군 이주 수요가 끝난 양천구는 이번 주 0.18% 떨어져 지난주(-0.07%)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송파구(-0.19%)는 5주째, 강남구(-0.07%)·서초구(-0.27%)는 4주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1㎡는 지난달 2억 8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8월에는 5억 원에 전세가 거래됐는데 반 년 만에 사실상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방학 이사 수요가 마무리된 데다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서고, 인접 택지지구에 신규 공급이 이어지는 효과가 겹쳐 하락세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전셋값은 주택의 사용가치이라면 매매값은 시장의 교환가치다. 전셋값은 부동산의 내재가치(Fundamental Value)에다 이자율 등을 감안해서 반영하는 데 전셋값 변동은 시차를 두고 매매값 변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매매값 하락 또는 상승의 전주곡이라는 얘기다.
전셋값이 오른 이후 일정 시차를 두고 뒤따라 매맷값 상승한다. 그리고 전셋값이 떨어지면 일정 기간 후 매매값도 떨어진다. 전셋값이 매매값의 이 선행지표라는 부동산의 법칙은 2000년 이후 주택시장에서 딱 들어맞았다.
국내에선 1995년 이후 전셋값과 매매값 간의 상관관계가 뚜렷한데 예외적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전셋값은 2002년 10월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 당시 주택값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때다. 전셋값은 2002년 10월 -0.1%(전월대비), 11월 -0.9%, 12월 -0.5% 등 3개월 연속 빠졌다. 이러더니 2003년 1.4%, 2004년 11월 말까지 3.5% 내려앉았다.
하지만 매매값은 이보다 13개월 뒤에서야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즉 2003년 11월(-0.4%)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11월 말까지 1.2% 떨어졌다.
전셋값이 급등한다는 것은 집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한다. 집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매매시장에서도 똑같은 의미이다. 집이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공급은 없으니 전셋값이나 매맷값이 다 오를 수밖에 없다. 전셋값이 먼저 오르는 것은 전세는 실수요 즉 정말 집이 필요한 사람이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세라는 특성 때문이다. 전세는 돈을 주고 빌리는 것이다. 2년 후 다시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때문에 매매보다는 쉽게 계약이 이뤄진다.
반면 매매는 본인의 전 재산이 걸린 문제이다. 전 재산이 걸린 문제이다보니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매매값이 떨어지면 ‘다시 오르겠지’라는 기대감을 걸어보기도 하고, 가격을 낮추지 않고 버텨보기도 하다가 결국엔 전세시장을 따라가는 것이다.
매맷값은 투기적인 요인에 의해 올라 거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전세는 이런 요인보다는 실수요와 주택 공급 등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거품이라는 게 없다. 시장의 과열 분위기 등에 의해서 매매값이 오르더라도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을 때 투자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근데 전셋값이 매맷값의 선행지표 역할을 무조건 하는 것은 아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각각 7.4%, 13.4%로 급등을 했었다. 하지만 매매가는 같은 기간 2.2%, 0.44%로 하락세를 보였다.
꼭 전셋값이 매맷값의 선행지표 역할 요인을 떠나서도 앞으로 집값을 끌어내릴 여러 요인들이 있다. 무엇보다 단기간 내 집값이 너무 오른 피로감이 크다. 점진적으로 상승한 것과 1년 내 5억 원이 오른 것에 대한 매수자들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남들 다 집을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집이 없는 듯한 자괴감이 집을 사게끔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가격 저항선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추가 규제책에 대한 불안감과 금리 상승, 입주물량 증가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매수자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반면 4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아직 팔지 못했던 다주택자들의 매물들이 가격을 더 낮춰서 나오게 되고, 매물 적체현상이 빚어지면서 가격 추락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2~3년 전에 들어간 갭투자자들이 전셋값 하락과 커져가는 시장 불확실성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전셋값 차액을 어디선가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갭투자자들은 전셋값 차액을 매매를 통해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빠른 매매 거래를 위해서 다시 매맷값을 낮추면서 가격 하락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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