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임우선]‘강남 교육부’는 현실을 너무 모른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18-02-06 03:00 수정 2018-02-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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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왜 교육부 사람들은 다 강남으로 갈까?’

처음 교육 분야를 맡았을 때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종종 교육부 관계자들과 서울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질 때 이들이 손을 번쩍 들고 ‘택시!’를 외치며 부르는 곳이 대개 반포, 잠실, 대치동 쪽이었던 까닭이다.

교육부를 출입하기 전 서너 개 부처를 출입했지만 교육부만큼 ‘다수의 강남 주민’이 체감되는 곳은 없었다. 더군다나 교육부는 세종시에 있지 않은가. 호기심에 노웅래 의원실을 통해 ‘최근 5년간 교육부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의 주소지 현황’을 받아봤다. 재작년 말의 일이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2016년 10월 기준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교육부 고공단을 거쳐간 인사는 총 62명. 이 가운데 35.5%인 22명이 강남(7명) 서초(8명) 송파(7명) 등 강남 3구에 살고 있었다. 강남 3구에 사는 서울시민 비율(15.8%)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았다.

재밌는 결과였지만 기사는 쓰지 않았다. 자칫 ‘교육부 사람이 강남에 사는 게 죄’인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모든 국민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거주할 권리가 있다. ‘꿈과 끼를 살리는 공교육’을 추구하는 교육부 관료라고 해서 사교육과 입시에 유리한 강남에 거주하지 말아야 할 의무는 없다. 현실은 현실이니까. 다만, 제아무리 입 바른 말을 하는 교육부 공무원이라도 강남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의 민낯이 씁쓸했을 뿐이다.

그렇게 씁쓸해하고 말았던 그 자료가 요즘 다시 생각났다. 최근의 교육정책이 ‘강남 쏠림’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대치동에 집을 가지고 있고, 그 집이 최근 1년 동안 3억∼4억 원 이상 올랐다는 이유 등으로 교육정책이 마치 ‘교육부의 음모’인 듯 말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치권과 교육부가 그런 ‘1차원적인 이유’로 정책을 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교육정책의 향방을 쥔 교육부 관료, 혹은 정치인들이 강남 밖 다른 지역의 교육현실에 몹시 무지하거나 무관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아무리 교육현장을 열심히 다닌다 해도 교육의 현실이란 자신이 직접 겪거나 자녀가 겪은 것 이상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부터 외고·자사고 폐지,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이르기까지, 분명 최초의 의도는 선했으리라 믿는다. 과잉 교육을 잡고, 우수 학생 쏠림현상을 일반고로 분산시켜 공부를 좀 덜해도 각자 원하는 진로를 찾아가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의도가 전혀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요즘 초등 1, 2학년 학생들은 더 많은 평가와 경쟁이 이뤄지는 영어학원을 찾고 있다. 학원 갈 돈이 없는 아이들과 격차만 커질 뿐이다. 살던 곳에 살면서도 좋은 면학 분위기를 누릴 수 있던 외고·자사고가 없어질 위기에 놓이면서 공부 좀 한다 하는 학생의 부모들은 누구나 한 번쯤 교육특구로의 이주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최근 만난 한 입시분석업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수능은 아무리 돈을 써도 머리가 없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은 돈 쓰는 만큼 됩니다.” 학종에 ‘머니효과’를 내주는 업체나 학원은 대부분 강남에 모여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모든 지역의 일반고나 사교육 환경, 경제력이 마치 강남 수준인 것처럼 전제하고 탁상공론 같은 정책을 펼친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 확보는 물론이고 강남 집값도 잡을 수 없다. ‘강남의 교육부’가 기억해야 할 현실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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