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보증금 돌려줘”…법원 찾은 서울 세입자 역대 최대
정서영 기자
입력 2022-12-18 15:38 수정 2022-12-18 15:44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일대. 뉴스1
이사를 앞두고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을 찾은 서울 세입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세 가격이 떨어지며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전세사기의 경고등 역할을 하는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다.
1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54건 대비 25.9% 증가했다. 12월 통계를 더하지 않아도 이전 기록이었던 2012년 3592건을 이미 넘어섰다. 서울 세입자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건수는 올해 1월 202건에 불과했지만 11월 580건을 기록하며 3배 가량 증가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세입자의 신청에 의해 법원이 내리는 명령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전셋집 실거주와 확정일자가 필요하다. 이때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면 실거주 요건이 맞지 않아 확정일자가 있더라도 우선 변제권이 사라진다.
하지만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등기를 하면 세입자가 해당 집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별다른 점유권을 행사하지 않고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셈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인의 허가 없이 임차인 단독으로 신청 가능하며, 보증금을 일부 돌려받지 못한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건수 1만3803건 중 약 70%인 9602건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접수됐다. 2685건인 인천 지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늘었고, 종전 연간 최고 기록이던 2021년 1498건을 넘어섰다. 경기 1~11월 신청 건수는 3198건으로 연간 기록으로도 2019년 5427건, 2020년 4011건에 이어서 세 번째로 많다.
임대차등기명령이 늘며 전세사기 위험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1.08% 하락하며 2012년 5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전세 보증사고 건수도 지난달 852건으로 통계를 처음 공개한 8월(511건) 이래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임대차등기명령 신청이 집중된 수도권의 전세 보증사고도 지난달 786건으로 8월 478건 이후 64.4% 늘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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