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전세대출 이자, 44만→87만원 2년새 2배로…‘월세 역전’ 확산
신지환 기자
입력 2022-11-03 03:00 수정 2022-11-03 03:00
전세 세입자들 벼랑끝 내몰려
직장인 A 씨(29)는 2년 전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2억 원을 받아 서울 영등포구에서 전셋집을 마련했다. 당시 대출 금리는 연 2.62%. 사회초년생에게 월 이자 44만 원은 부담이었지만 최소 65만 원을 넘어가는 주변 월세보다는 저렴했다.
하지만 최근 전세대출 금리가 5.2%까지 뛰면서 A 씨가 이번 달 내야 할 이자는 87만 원이나 된다. 2년 새 이자 상환액이 2배로 급증한 것이다. A 씨는 “전세를 연장하지 않고 월셋집을 구할까 하는데 월세 가격도 올라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전세대출 금리가 연 최고 7%를 돌파하면서 청년, 서민층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월세 가격마저 오르고 있어 세입자들이 한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이날 연 4.99∼7.318%로 집계됐다. 금리 상단은 한 달 만에 0.75%포인트, 올 들어서만 2.5%포인트 이상 뛰었다. 금리 하단도 연 5%에 육박해 사실상 4%대 금리가 사라졌다. 전세대출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긴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이는 전세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9월 0.44%포인트 급등하며 9년 9개월 만에 3%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코픽스에 반영되지 않은 데다 이달에도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커 전세대출 금리는 연내 최고 8%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의 93.5%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변동금리여서 세입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더 오르고 대출 금리도 그만큼 더 오른다고 가정하면 A 씨의 월 이자 상환액은 99만 원까지 늘어난다.
이 같은 금리 급등에 전세대출 수요도 꺾였다. 4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12조6414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21억 원 줄었다. 올 들어 매달 증가세를 유지하던 전세대출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월세가 전세대출 이자보다 저렴한 역전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8월 서울 아파트 기준 4.3%다. A 씨가 2억 원을 대출받는 대신에 이 전환율대로 월세로 거주한다면 매달 72만 원을 내면 된다. 이달 A 씨가 내는 대출 이자(87만 원)보다 낮다.
문제는 대출 이자가 비싼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세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 가격은 올 1월 124만9000원에서 9월 126만5000원으로 올랐다.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도 지난해 9월(4.0%)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드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대출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텐데 세입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정부와 은행이 나서서 낮은 고정금리로 전환시켜주거나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금융 상품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직장인 A 씨(29)는 2년 전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2억 원을 받아 서울 영등포구에서 전셋집을 마련했다. 당시 대출 금리는 연 2.62%. 사회초년생에게 월 이자 44만 원은 부담이었지만 최소 65만 원을 넘어가는 주변 월세보다는 저렴했다.
하지만 최근 전세대출 금리가 5.2%까지 뛰면서 A 씨가 이번 달 내야 할 이자는 87만 원이나 된다. 2년 새 이자 상환액이 2배로 급증한 것이다. A 씨는 “전세를 연장하지 않고 월셋집을 구할까 하는데 월세 가격도 올라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전세대출 금리가 연 최고 7%를 돌파하면서 청년, 서민층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월세 가격마저 오르고 있어 세입자들이 한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2년 새 전세대출 이자 2배로
이는 전세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9월 0.44%포인트 급등하며 9년 9개월 만에 3%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코픽스에 반영되지 않은 데다 이달에도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커 전세대출 금리는 연내 최고 8%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의 93.5%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변동금리여서 세입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더 오르고 대출 금리도 그만큼 더 오른다고 가정하면 A 씨의 월 이자 상환액은 99만 원까지 늘어난다.
이 같은 금리 급등에 전세대출 수요도 꺾였다. 4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12조6414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21억 원 줄었다. 올 들어 매달 증가세를 유지하던 전세대출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 ‘전세의 월세화’에 월세 가격도 상승 압력
문제는 대출 이자가 비싼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세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 가격은 올 1월 124만9000원에서 9월 126만5000원으로 올랐다.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도 지난해 9월(4.0%)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드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대출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텐데 세입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정부와 은행이 나서서 낮은 고정금리로 전환시켜주거나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금융 상품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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