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증가하는 건설현장 사망사고… 정부는 정책강화 ‘뒷북’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12-27 07:00 수정 2017-12-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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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SK뷰 레이크타워 건설 공사 현장에서 25일 오후 화재가 발생, 2시간30여분 만에 진화됐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목숨을 잃고 소방관 등 14명이 다쳤다. 동아일보 DB

#지난 25일 오후 2시46분 경 수원시 이의동 광교신도시 내 SK레이크타워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에서 난 화재로 SK건설 하청업체 한은ENC 소속 근로자 이 모씨(29)가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지상 1층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에 앞선 지난 18일 GS건설이 경기 평택에 조성 중인 자이더익스프레스 3차 공사 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1명이 숨졌다.

이처럼 국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정부와 업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시행규칙으로는 사고 방지에 한계가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현장에서의 사망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환경노동위원회(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 100대 건설사가 시공한 현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는 4607건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는 총 247명이다.

산재발생 1위 기업은 대우건설로 3년간 사망자 20명, 재해자는 345명 발생했다. 2위 현대건설(사망 13명·재해 267명), 3위 SK건설(사망 11명·재해 230명) 4위 GS건설(사망 9명·재해 470명), 5위 롯데건설(사망 9명·재해 155명), 6위 대림산업(사망 9명·재해 116명), 7위 포스코건설(사망 9명·재해 112명), 8위 금호산업(사망 9명·재해 48명), 9위 서희건설(사망 7명·재해 143명), 10위 신세계건설(사망 7명·재해 57명) 순이다. 대기업이 직접 공사하는 현장에서도 월평균 7명 정도가 사망하고, 120건의 산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건설업종 전체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총 1370명으로, 2014년 434명, 2015년 437명, 지난해 499명을 기록했다. 또 산재 발생 시 사업주가 자진 신고하지 않고, 고용노동부가 산재은폐를 직접 적발한 건수는 최근 3년간 280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건설업에서만 364건이 적발됐다.

이 같은 사고는 대부분 허술한 현장 관리감독에서 비롯된다. 국토부 산하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2014년부터 4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점검 등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은 47건에 그쳤다.

이번 수원 광교신도시 SK건설 오피스텔 시공 현장 사고도 H빔 절단 작업 중 발생한 불똥이 인근에 쌓아둔 스티로폼 자제에 튀면서 시작됐다는 진술이 나왔다. 수원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작업자 진술에 따라 공사 관계자 조사부터 합동감식까지 면밀히 안전조치 여부를 파악해 볼 것”이라고 했다.

지방 건설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익산고용노동지청은 지역 건설현장 24곳에 대한 안전점검에서 근로자 추락 예방조치 등을 소홀히 한 21곳을 적발해 모두 사법처리에 나섰다. 이들 현장은 안전난간과 작업발판을 설치하지 않았고, 사고위험이 높은 계단과 작업발판에도 안전난간 미비 등 안전관리에 총제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정부도 뒤늦게 강화된 안전 대책을 꺼내들었지만 획기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건설현장에서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중치를 부여하고, 건설공사 입찰의 PQ심사 등에서 불이익 받도록 하는 ‘환산재해율’을 시행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가 1992년 3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환산재해율은 2004년부터 1000대 건설사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는 지난 10월 19일부터 산재를 은폐하거나 은폐하도록 교사 또는 공모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국토부,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합동으로 내년 1월19일까지 전국 500곳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을 하기로 했다. 허위연식 등록 여부, 기계적 안정성 등이 점검 대상이다. 정부는 타워크레인 등록부터 폐기까지 사용 및 사고이력 등 전 과정을 관리하는 ‘장비이력 관리시스템’을 도입한다. 현장 근로자들이 장비 결함 징후를 발견하면 신고할 수 있는 ‘타워크레인 안전콜센터’도 오는 27일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점검 뿐 아니라 향후 취약시기별로 건설현장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사전에 발굴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해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며 “산재은폐를 시도하는 부도덕한 건설사는 퇴출이라는 강수를 두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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