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2000명에게 물었습니다 “대출금 부담에 ‘5명 중 1명’ 식비 줄여요”

뉴스1

입력 2022-12-15 11:23 수정 2022-12-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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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은행에 연 최고 금리가 4.8%에 달하는 정기예금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11.6/뉴스1
독자님들 대출 때문에 고민 없으신가요? 저는 최근에 대출을 결심했다가 포기했습니다. 5평짜리 원룸에 월세 45만원을 꼬박꼬박 내느니 대출해서라도 전세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아보다 그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까다로운 대출 조건에 높은 금리까지. 주변에 있는 ‘대출 선배’들도 지금은 대출할 때가 아니라며 만류했습니다.

◇청년층 2명 중 1명 이상 “현재 대출금 있어”…“부담돼 식비 줄인다”

저만 대출금과 뒤따르는 이자에 부담을 느끼는 건 아닌가 봅니다. 청년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또래들의 비슷한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청년재단은 2030에게 어떤 금융 정책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월 22~30일 청년 2083명에게 금융·재테크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대출금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고충이 담겼습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구직 혹은 시험 준비생, 대학생, 자영업자·프리랜서 청년 55.1%가 현재 갚아야 할 대출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빌린 금액으로는 1000~5000만원이 15.1%, 200~500만원이 8.7%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은 △5000만~1억(8%) △500~1000만원(7.5%) △200만원 이하(7.4%) △1~3억원(7.2%) △3억원 이상(1.2%) 순이었습니다.

ⓒ News1
어린 나이에 대출은 왜 받았냐고요? 청년재단이 대출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는데요. 복수 응답을 받았습니다. 대학등록금 등 학자금 마련이 21.9%로 가장 높았습니다. 전월세 자금 등 임차비용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는 청년은 17.5%, 생활비 등 급전 마련을 위해서였다는 청년도 14%로 만만치 않게 많았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등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은 9.5%, 자기계발을 위한 대출은 6.3%였습니다. 대답 속에 청년들의 어려운 사정들이 엿보입니다.

‘N포세대’ 청년들은 대출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대출금이나 이자 부담에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청년들은 쇼핑(39.1%)과 지인들과의 만남(31.3%)을 1·2위로 꼽았지만 밥을 굶거나 저가·간편식으로 대체한다는 응답이 20.1%로 그다음이었습니다. 그밖에는 △기호식품(4.6%) △주거비(2.8%) △생활필수품(1.2%) △교통비(1%) 순이었습니다.

◇대출 부담에 56.8% “채무조정제도 확대해야”…교육 및 상담 지원 필요하단 응답도 5명 중 1명

다행히도 청년들은 한국장학재단(23.9%)과 제1금융권(22.5%)에서 가장 많이 대출을 받았습니다. 다음으로는 △가족 및 지인(17.8%) △전세자금대출(13.6%) △기타(5.8%) △중기부 청년대출(5.5%) △제2·3금융권(5.3%) △햇살론유스(2.8%) △신용카드론(2.4%) △불법변종대출(0.4%) 순입니다. 불법변종대출은 가장 적은 청년들만이 손을 대고 있었지만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년들은 대출이 필요하거나 대출에 큰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로 채무조정제도의 확대(56.8%)를 거론했습니다. 이자 감면이나 상환 유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청년들은 대출 및 부채에 대해 맞춤형 교육 및 상담(19.3%)이 필요하다고 꼽았는데요. 직접적인 도움도 필요하다고 했지만 청년들은 대출 절차와 요건이 쉽게 알기 어려운 만큼 답답함을 느끼는 듯 보입니다.

저소득 청년층(대학생·미취업청년 등)을 대상으로 3.6~4.5% 수준의 비교적 저리에 대출해주는 햇살론유스에 대해서는 요건이나 한도 등에 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반대 의견보다 우세했습니다. 대출자격요건 완화 및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3.2%, 대출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응답은 16.5%였습니다. 하지만 심사 강화나 대상 축소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19.8%, 햇살론유스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응답은 11%로 적지 않은 수의 청년이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29.5%의 청년은 햇살론유스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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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나 몰라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전세자금 대출, 월세 보조, 장기 공공임대 주택, 학자금 저리 대출 등 다양한 정부 정책이 추진돼 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1호 공약이었던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첫집’ 등 공공분양주택 5만4000호 공급하기 위해 1조1000억원의 예산도 편성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로또 분양’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만약 당첨된다면 낮은 분양가와 장기 저리 모기지 등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등록금 동결 기조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이고요.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청년의 날을 맞아 “청년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기 미안한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희망을 품으라기에는 청년들에게 너무 현실이 벅차기 때문일 텐데요. 청년들이 지나친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집도 구하고 대학도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과도한 요구는 아닐 겁니다. 안전하게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청년들은 힘들지만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청년 누구나 대출 부담으로 희망이 꺾이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라봅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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