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만 공 차고도 건강 회복…축구는 내 평생 건강 지킴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4-04-27 12:00 수정 2024-04-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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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고 주말엔 신앙 생활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었죠. 40세 중반을 넘기자 두통, 고혈압 등 증세나 나타나며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더군요. 폐렴도 걸리는 등 잔병도 많았죠. 무엇보다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그래도 운동할 생각은 못 했는데 딱 55세 때 경기도 양평 토목 공사 현장에서 마을 사람들 축구 하는 것을 보는데 저에게도 함께 하자고 해서 시작했죠.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죠. 그래서 함께했죠. 오랜만에 하니 힘들었는데 그날 밤 정말 푹 잔 겁니다. 거짓말 같았죠.”

이태용 대표가 경기 고양시 충장근린체육공원 축구장에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그는 사업 등으로 운동을 소홀히 하다 망가진 몸을 되살리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축구를 시작해 주말마다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태용 부동산개발업체 지티엘 대표(66)는 40대 중반부터 악화된 건강을 되찾기 위해 50대 중반부터 축구를 시작해 10년 넘게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잠깐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중고교 대학, 군대 시절까지 축구는 친구 동료들과 어울려 즐기는 스포츠였다. 30년 넘게 잊고 살던 축구가 50대 중반부터는 그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에서 축구하면서부터 토요일은 축구 하는 날이 됐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처음엔 하기 힘들었다. 뛰다 발이 엉켜 넘어지는 일도 잦았다. 그래서 집에 고정식 자전거를 사다 놓고 탔다. 스트레칭 체조와 자전거 타기로 몸을 한 7개월쯤 만들자 ‘과거 실력’이 나왔다. 드리블과 트래핑이 자유롭게 됐고, 스피드도 나왔다. 학창시절 미드필더와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었던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골도 많이 잡아냈다. 요즘도 60대 중반임에도 경기할 땐 25분 경기를 3회 이상 소화할 정도로 탄탄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사업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 주 빠질 수 있잖아요. 그럼 몸이 바로 반응을 해요. 찌뿌드드하고 컨디션이 엉망이 되죠. 그래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토요일엔 축구장으로 갑니다. 몸 풀고 공차며 땀을 쫙 빼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집니다.”

이태용 대표(왼쪽)가 경기 고양시 충장근린체육공원 축구장에서 박경훈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삼성 단장과 함께 엄지척을 하고 있다.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몸도 완전히 달라졌다.

“몸이 허약하다는 게 겨울엔 추위를 잘 타고, 여름엔 더위를 잘 타요. 여름의 경우 에어컨 냉방 속에서만 사니 목이 아프고 컨디션이 안 좋아졌죠. 여름에 감기도 걸리고…. 축구를 지속적으로 하면서는 추위 더위도 잘 이겨냈죠.”

축구는 사실상 토요일에만 한다. 평일엔 사업으로 바쁘고 일요일엔 교회 장로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꾸준한 운동이 건강 비결이라고 하는데 주말 운동만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2022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말 전사(Weekend Warrior·격렬한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사람)’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태용 대표가 경기 고양시 충장근린체육공원 축구장에서 오른발로 공을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심박수로 따지면 분당 142박동 이상의 운동이다. 축구도 대표적인 격렬한 스포츠다. 이 대표의 경우 매주 25분 경기를 3경기 이상을 소화하기 때문에 준비운동부터 따지면 WHO기준에 부합하는 운동량이다. 준비운동에는 전력질주도 포함돼 있다.

‘스포츠 천국’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만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매일 운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을 활용에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등산은 한번 하면 1,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주말 등산만으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이 대표는 주말 축구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이태용 대표(앞줄 왼쪽)가 유나티디원 회원들과 함께 포즈를 쥐챘다.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박경훈 단장. 이태용 단장 제공.
이 대표는 2022년 창단한 유나이티드원과 서울 용산60대상비군축구팀, 두 팀에서 뛰고 있다. 유나이티드원은 축구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이 어우러진 동호회다. 이 대표가 단장을 받고 있다. 축구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박경훈 K리그2 수원 삼성 단장을 비롯해 김주성, 이상윤(축구 해설위원), 김삼수 등 국가대표 출신이 많다. 용산60대상비군은 구별로 축구대회에 출전할 때 용산구를 대표할 수 있는 팀이다.

유나이트드원은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용산60대상비군은 토요일 경기를 한다. 이 대표는 박 단장하고 함께 두 팀에서 뛰고 있다. 이 대표는 용산60대상비군은 매주 나가지만 유나이티드원은 한 달에 2회 이상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상 평일엔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뭐 솔직히 제가 언제 대표선수 출신들하고 함께 뛰어 보겠어요. 실력은 안 되지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유나이티드원이 60대 팀이지만 연습 경기를 할 땐 40~50대 팀하고 붙죠. 한 경기 하고 나면 정말 몸은 녹초가 되지만 축구 실력은 예순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늘고 있습니다.”

이태용 대표(왼쪽)이 양평에서 활동할 때 모습. 이태용 단장 제공.
박경훈 단장은 “이 대표님은 실력도 좋지만 열정이 대단하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나와서 축구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팀에서 공격형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이영무(전 고양 Hi FC 감독), 조광래(대구 FC 사장) 등 기술과 체력이 좋은 선수들을 최고의 선수로 꼽듯 활기차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현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하는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이 좋아한다. 그는 “제가 60대 후반 나이대에선 체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축구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부상 방지다. 그는 “축구는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태클과 몸싸움 등 거친 동작이 많다. 그래서 웬만하면 거친 동작이 나올 상황이면 미리 피한다. 승부욕도 좋지만 안 다쳐야 오래 축구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축구를 한동안 잊고 살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축구를 오래한 분들은 무릎이나 발목 등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통증을 참고 축구를 하시죠. 전 한 30년 축구를 하지 않아서인지 관절은 아직 끄떡없어요.”

이태용 대표가 경기 고양시 충장근린체육공원 축구장에서 공을 들고 엄지척을 하고 있다.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 대표는 축구를 본격 시작한 뒤 건강을 되찾았다. “온갖 스트레스도 공차면 날아간다”고 했다. 여러 약을 먹다 이젠 가족력이 있는 고혈압 약만 복용한다. 그는 “뛸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공을 차겠다”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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