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84㎡ 아파트 전세 3억→4.5억… 서울 고점의 76%까지 뛰어

최동수 기자 , 오승준 기자

입력 2024-05-07 03:00 수정 2024-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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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79~84㎡ 전셋값, 3억~4억 쑥
10건중 4건 갱신계약 눌러앉는 등
전세매물 22% 줄어 계속 오를 듯
향후 매매값까지 밀어올릴까 우려


23일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02.23. 뉴시스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센트라스(2529채) 인근 상가 1층. 공인중개사사무소 5곳 중 3곳에서 전세를 찾는 손님이 상담 중이었다. 저렴한 전세 매물을 찾는 전화도 계속해서 걸려왔다. 온라인에 등록된 이 단지 전세 매물은 91건(1일 기준). 지난해 12월 140건에서 30% 이상 줄어들었다.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올해 3월 10억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인 2020년 11월 거래(11억5000만 원) 대비 87% 수준으로 올랐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주변에 신축급 대단지가 많이 없어 가격이 좀 싸게 나오면 내놓자마자 바로 거래된다”며 “전세 매물 자체가 많이 줄어 가격은 계속 오를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 강북구 대표 대단지인 SK북한산시티(3830채) 전용 84㎡는 올해 전세 거래 28건 중 19건이 갱신 계약이다. 10건 중 7건 가까이가 갱신 계약된 셈이다. 이 단지에서 새로 전세계약을 맺으려면 지난해 초 3억 원대 초반에서 1억 원 이상 오른 4억5000만 원 선에 거래해야 한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셋값이 오르자 직전 대비 5% 이하로만 올릴 수 있는 갱신 계약 비중이 늘어났다”며 “서울에서도 저렴한 지역이어서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데 매물이 많이 없다”고 했다.


● 서울 대단지 전셋값 수억 원 올라

6일 동아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대단지 아파트 50곳(규모 기준)의 30평형대(전용 79∼84㎡) 전셋값이 기존 최고가의 76.4%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에 따라서는 1년 새 3억∼4억 원 오른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전셋값이 지난해 5월 이후 50주 연속 상승하며 임대차 3법 시행(2020년 7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말∼2022년 초 수준에 가까워진 것이다.

송파구에서 학군 수요가 많은 잠실동 엘스(5678채) 전용 84㎡는 이달 4일 12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초 8억∼9억 원대로 떨어졌다가 최고가인 2021년 12월 15억5000만 원 대비 80%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주말에만 4팀에 전셋집을 보여줬다”고 했다.

특히 신축 입주가 적은 구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랐다. 서울 전셋값이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5월 넷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성동구가 10.43% 올라 서울 25개 구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송파구도 7.45% 올랐고, 양천구 6.58%, 은평구 6.35% 등이 높았다.

가장 많이 오른 성동구는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입주 물량이 0채다. 올해 예정 물량도 12월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1차(825채)뿐이다. 반면 누적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남구(4.02%)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4월까지 1만1211채가 입주해 서울에서 가장 많았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607채)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지난해 2월 3000여 채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도 입주해 전세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 서울 입주물량 부족…“지속 상승” 우려

전셋값이 오르자 갱신 계약을 통해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는 수요도 늘고 있다. 올들어 6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3만9686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1만4699건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갱신 계약(27%)보다 10%포인트 늘었다. 갱신 계약이 늘며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9494채로 지난해 5월 22일(3만7888채) 대비 22.2%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빌라 기피 현상이 계속되고, 서울 입주 물량이 지속적으로 부족해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쉽게 잡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셋값이 향후 매매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5월 이후 서울 입주 물량은 1만9942채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지난해와 올해 인허가, 착공 물량이 부족한 걸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 매매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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