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美국채… 올해 넉달만에 작년2배 팔렸다

이동훈 기자

입력 2024-05-08 03:00 수정 2024-05-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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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작년 한해 판매액 7300억원
올들어 4월까지 벌써 1조5350억
금리인하 기대에 장기채 비중 급증
원달러 환율 급락땐 손실 위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에 투자하고 매년 4% 이상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데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미국 국채에만 수억 원을 투자했다는 은퇴자 박모 씨(66)는 2023년부터 잔존기간(채권 매수일로부터 만기일까지 남은 기간) 5년 이상의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해왔다. 주변 친구들의 권유로 미 국채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6개월마다 받는 이자에 환율 상승 효과까지 겹치면서 이미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매매 차익도 거둘 수 있다”며 “채권 이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만, 매매 차익은 비과세라 고액 자산가들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 날개 돋친 듯 팔리는 美국채…벌써 지난해 2배

미 국채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국내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국채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7일 동아일보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입수한 ‘개인투자자 대상 미 국채 판매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한국투자증권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미 국채 규모는 1조5350억 원에 달한다. 올 들어 넉 달 만에 지난해 연간 판매액(7300억 원)의 두 배 이상을 팔아치웠다. 3월에는 5200억 원어치의 미 국채를 팔면서 월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다만 4월(2950억 원)에는 미국의 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이 꺾이면서 전월 대비 판매액이 주춤했다.

글로벌 개인투자자들은 미 국채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3월에만 국채 보유자들에게 약 890억 달러(약 120조7000억 원)의 이자를 지급했다. 3월 한 달 동안 1분당 200만 달러를 지급한 셈이다. 앞서 미 의회예산국(CBO)은 국채를 보유한 개인투자자에게만 올해 3270억 달러(약 444조 원)에 달하는 이자와 배당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10년 전 대비 2배로 추정된다.

미 국채 금리는 2022년 3월부터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동반 급등했다. 10년물 기준 금리가 2022년 초까지만해도 1%대였지만 같은 해 5월 3%를 돌파했다. 고금리 장기화 예상이 짙어졌던 지난해 10월 19일에는 16년 만에 5%를 웃돌기도 했다.


● “금리 인하 다가온다”…미 장기채 투자도 급증

미 국채 금리가 꼭짓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장기채 투자 비중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2%에 불과했던 장기채 비중이 2023년에는 68%, 올해는 4월 말 기준 74%까지 늘었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채 10년물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01% 하락할 때마다 채권 가격이 0.08%가량 상승한다”며 “금리 인하 시기에 채권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개인들의 미 국채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박상도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 상무는 “유럽을 시작으로 글로벌 기준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은 미 국채 투자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국채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밀릴 수 있다”라며 “국채 금리 하락보다 원-달러 환율 하락 시점이 빠를 경우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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