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증가세로 반전… 2년만에 다시 700조 넘었다

정순구 기자

입력 2024-05-22 03:00 수정 2024-05-22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지난달부터 주담대-신용대출 반등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가계대출 증가폭 더 커질 가능성



꺾이나 싶었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약 2년 만에 다시 700조 원을 넘어섰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하반기(7∼12월)에 대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700조34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698조30억 원)과 비교하면 2조3000억 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가계대출 잔액이 7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가 누적되던 2022년 5월 말(701조615억 원) 이후 2년 만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말(693조5684억 원) 전월 대비 2조2238억 원 줄면서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부진,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이 겹친 결과다.

하지만 이런 추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불과 한 달 만에 반등하며 4조4346억 원 늘어난 데 이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43조337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 원 넘게 늘었고, 개인신용대출 잔액 역시 103조182억 원으로 1조2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금 재원으로 공급되다 소진 시 은행 재원으로 공급되는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 대출의 영향으로 주담대 잔액이 늘고 있다”며 “공모주 청약 등으로 신용대출 잔액도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가계대출 증가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0.51%로 2019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에는 연체율이 0.43%로 소폭 감소했지만, 분기 말 은행권에서 대거 연체채권 정리에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환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고 소비에 나서는 것은 결국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를 무조건 막기보다 건전성 관리에 더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역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KB·신한·우리금융지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전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들의 기업 여신이 재벌을 포함한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대기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부실화되면 취약 중소기업까지 도미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