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75년 동업 영풍과 갈라서기
구특교 기자
입력 2024-06-21 03:00 수정 2024-06-21 03:00
동업 상징 서린, 경영권 전장 돼
주총서 고려아연측 이사 8명으로
서울 강남 영풍빌딩서 독립 예고
영풍측 장세환 대표는 사임 의사

영풍과 고려아연 동업의 상징이자 양 사 비철금속 해외유통을 담당해 온 ‘서린상사’ 경영권이 영풍에서 고려아연으로 넘어갔다. 영풍 측 장 씨 일가 3세인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75년 동업 관계를 이어오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두 회사의 갈라서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20일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백순흠 고려아연 부사장 등 고려아연 측 4명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서린상사 사내이사는 고려아연 측 4명, 영풍 측 3명이었다. 이번 주총으로 고려아연 측 이사가 8명이 되며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주총 전날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했다. 장 씨 일가는 지배회사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맡으며 오랜 동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22년 최 창업주 손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 이후 계열 분리 가능성이 확대돼 왔다. 창업주 시기 단단하던 동업 관계가 약해지며 3세 경영 체제에서는 지분 다툼 등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두 회사 동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서린상사가 장 씨와 최 씨의 ‘핵심 전장(戰場)’이 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1984년 설립된 서린상사는 알짜배기 핵심 자회사로 평가받는다. 40년간 양 사의 비철금속 해외유통을 맡으며 영업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66.7%, 영풍 측이 33.3%를 가지고 있지만, 경영은 영풍 측에서 맡아 왔다. 고려아연 지분이 많은데도 경영권은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끈끈한 동업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3월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임시 이사회 개최를 시도했다. 하지만 영풍 측이 반대해 불참하는 등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에 서린상사 주총 소집허가 신청서를 냈다. 지난달 법원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며 이날 주총이 열리게 됐다.
이날 서린상사 이사회에서는 새 사내이사 승인 외에도 본점 이전도 의결했다. 현재는 영풍 측과 함께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곧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독립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영풍 측이 별도의 상사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영풍 측은 “현재는 서린상사를 통해 해외 영업을 이어가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다툼은 3월 고려아연 주총에서도 벌어졌다. 당시 고려아연 측은 외국 합작 법인 외 국내 법인도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 정관을 바꾸는 안건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국내 법인을 확대하는 방안이었으나 투표 결과 부결됐다. 고려아연 지분은 고려아연 최 씨 일가가 우호지분을 합쳐 33%, 영풍 장 씨 일가는 32%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면 배당 증액 요구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이겼다. 고려아연이 주당 결산 배당 5000원, 영풍은 1만 원을 제안했었다. 참석 주주들은 배당금이 크게 늘 경우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하며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주총서 고려아연측 이사 8명으로
서울 강남 영풍빌딩서 독립 예고
영풍측 장세환 대표는 사임 의사

영풍과 고려아연 동업의 상징이자 양 사 비철금속 해외유통을 담당해 온 ‘서린상사’ 경영권이 영풍에서 고려아연으로 넘어갔다. 영풍 측 장 씨 일가 3세인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75년 동업 관계를 이어오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두 회사의 갈라서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했다. 장 씨 일가는 지배회사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맡으며 오랜 동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22년 최 창업주 손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 이후 계열 분리 가능성이 확대돼 왔다. 창업주 시기 단단하던 동업 관계가 약해지며 3세 경영 체제에서는 지분 다툼 등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두 회사 동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서린상사가 장 씨와 최 씨의 ‘핵심 전장(戰場)’이 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1984년 설립된 서린상사는 알짜배기 핵심 자회사로 평가받는다. 40년간 양 사의 비철금속 해외유통을 맡으며 영업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66.7%, 영풍 측이 33.3%를 가지고 있지만, 경영은 영풍 측에서 맡아 왔다. 고려아연 지분이 많은데도 경영권은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끈끈한 동업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3월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임시 이사회 개최를 시도했다. 하지만 영풍 측이 반대해 불참하는 등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에 서린상사 주총 소집허가 신청서를 냈다. 지난달 법원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며 이날 주총이 열리게 됐다.
이날 서린상사 이사회에서는 새 사내이사 승인 외에도 본점 이전도 의결했다. 현재는 영풍 측과 함께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곧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독립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영풍 측이 별도의 상사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영풍 측은 “현재는 서린상사를 통해 해외 영업을 이어가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다툼은 3월 고려아연 주총에서도 벌어졌다. 당시 고려아연 측은 외국 합작 법인 외 국내 법인도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 정관을 바꾸는 안건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국내 법인을 확대하는 방안이었으나 투표 결과 부결됐다. 고려아연 지분은 고려아연 최 씨 일가가 우호지분을 합쳐 33%, 영풍 장 씨 일가는 32%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면 배당 증액 요구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이겼다. 고려아연이 주당 결산 배당 5000원, 영풍은 1만 원을 제안했었다. 참석 주주들은 배당금이 크게 늘 경우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하며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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