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3조원 우크라 재건 잡아라” 한국기업들 본격 사업 채비

한재희 기자

입력 2024-06-21 03:00 수정 2024-06-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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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기 선점하는게 가장 중요”
벌써부터 네트워크 쌓고 합작법인
전쟁 안끝나 일부는 상황 예의주시
무협, 폴란드지부 세워 지원키로




#1. 국내 1위 아스콘(도로포장 주재료) 업체 ‘에스지이(SG)’의 박창호 대표는 지난 달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아 한국의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인프라부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의 도로 2km 구간을 건설할 때 SG의 아스콘을 공급하기로 주정부와 합의했다. 품질이 검증되면 230km 길이 고속도로 건설에 SG 아스콘이 투입된다.

#2. KG모빌리티는 이번 달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를 판매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딜러사를 선정해 토레스를 수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렉스턴 스포츠칸’ 100대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는데 당시 반응이 좋자 아예 현지 진출을 공식화했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판매 차종을 늘릴 예정이다.


●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선제적 도전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현지 시장에 선제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아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지 않아 다소 제한적이지만 사전에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고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G의 경우 우크라이나의 도로 긴급복구 사업에 우선 투입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쟁 후 국가 재건의 핵심이 도로 구축이기 때문이다. SG가 공급하는 아스콘이 철강 생산 후 버려지는 슬래그를 활용해 만든 제품이라는 점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관심을 갖는 배경이다. SG는 최근 우크라이나 업체로부터 연간 최대 60만 t 규모의 슬래그를 공급받는 MOU도 체결했다. SG 관계자는 “현지 아스콘 공장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아이톡시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할 때 중간에서 도움을 주는 회사다. 아이톡시는 국내 업체 4∼5곳과 현지 진출을 논의 중이다.


● “재건사업 초기 선점이 중요”

재건사업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투입될 중장비 업체들도 현지 네트워크 쌓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중장비 5대를 기부했다. 또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분기마다 만나며 꾸준히 네트워크를 쌓는 중이다. 두산밥캣도 현지 상황을 주시하며 우크라이나 판매망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자 한국무역협회도 인근 국가인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부를 설립하기로 했다. 동유럽과 우크라이나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올 3월에 이미 직원 1명을 폴란드에 파견해 9∼10월쯤 이뤄질 정식 개소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도 지난해 9월 폴란드 출장 사무소를 열고 공기업 및 민간기업의 우크라이나 사업 참여를 돕고 있다.

다만 현실적 제약때문에 현지 진출을 망설이는 기업들도 여전히 많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아 우크라이나가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고, 재건사업도 본격화됐다고 보기 어려워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다. 전쟁 중에 현지 납품을 했다가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이무혁 KIND 팀장은 “세계은행 집계 기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4860억 달러(약 673조 원)에 달하는 큰 사업”이라며 “재건사업 특성상 초기 선점이 중요하기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시장을 뚫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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