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자’ 탈출하려고…일주일간 ‘만보 걷기’ 해봤더니 [체험기]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4-23 15:00 수정 2022-04-23 15: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첫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점심 시간에는 회사 인근 경사면을 오르며 만보를 채웠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BMI 25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전국 만 19세 이상 22만924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발표한 결과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부 활동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자도 코로나19 창궐과 출산 시기가 맞물리며 집콕 생활을 오래한 탓에 이른바 ‘확찐자’(코로나19 확산 이후 체중이 증가한 사람을 뜻함)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다 여전히 임신 기간에 입던 임부복에만 손이 간다는 심각성을 느끼고 ‘만보 걷기’ 실천을 다짐했다.

그까짓 만보? 해보니 쉽지 않았다
기자의 3월 일 평균 걸음 수(위)·걷기 첫날, 평소보다 3배 이상 걸어 어렵게 만보를 채웠다.

걷기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두 다리 외에는 별다른 도구가 필요하지 않았고, 또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것처럼 느껴졌다. 개그우먼 정경미가 식단 조절 없이 한 달여 간의 만보 걷기로 5.7㎏ 감량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솔깃했다.

‘만보 걷기’ 챌린지는 이달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진행했다.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바디 검사가 필요했다. 인근 병원을 찾아 인바디 체크를 해본 결과, 예상대로 ‘과체중’이 나왔다. 체지방률도 표준보다 10% 이상 높았다. “10㎏ 정도는 빼셔야 되는 것으로 나왔다”는 담당 의사의 말이 비수처럼 꽂히면서 비장한 각오로 걷기를 시작했다.

병원을 나와 집까지 약 25분간 걸어서 돌아갔다. ‘이 정도면 많이 걸었다’는 생각으로 걸음 수를 확인한 결과, 고작 2000보가 늘어났을 뿐이었다. 당초 계획은 하루 최대 2만 보였지만, 1만 보조차 쉬운 게 아니라고 느꼈다. 뒤늦게 확인한 기자의 3월 평균 하루 걸음 수는 2866보. 평소 걷는 양보다 3배 이상 더 많이 걸어야 했다.

하지만 연차를 낸 날이기도 했던 이날은 귀가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탓에 오후 5시까지 5000보를 채 넘기지 못했다. 첫날부터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불안감이 커졌지만, 저녁 식사 이후 탄천을 중심으로 1시간 이상 산책을 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1만 보를 채울 수 있었다.

걸을수록…이전보다 좋아지는 체력 느껴져
2~7일차까지 1만보 달성.

2일 차와 3일 차는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만보 걷기를 실천하는 이들의 후기에는 출퇴근 시 버스에서 한두 정거장 먼저 내린 뒤 걸어가라는 조언이 많았다. 아침에는 10~20분 정도만 일찍 나온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평소 점심시간에는 책상에 엎드려 자기 일쑤였지만, 30분 이상을 회사 인근 경사면을 오르는 강도 높은 걷기를 실천했다. 또 단시간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주고 걸었다. 이는 체지방 분해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4일 차인 주말에는 에버랜드를 찾았다. 오전 10시에 도착해 오후 4시가 돼서야 비로소 1만보를 채웠다. 긴 대기시간 등으로 인해 서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즐긴다는 마음으로 1만보를 채운 날이기도 했다. 5일 차에도 인근 호수공원을 걸으면서 1만보를 채워갔다. 코스를 선택할 때는 짧은 거리를 반복적으로 왕복해 걷는 것보다는 새로운 길을 크게 도는 것이 덜 지루했다.

6일 차와 7일 차에는 비교적 가뿐했다. 초반에는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발목부터 종아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졌다. 사무실이 있는 7층까지 계단을 이용하면 5층 무렵에서 한 번 쉬어야 했지만, 멈추지 않고 걸어 올라가는 게 가능해질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 이때 재차 2만 보 기록에 욕심을 냈지만, 실패했다. 출근 시간에는 시간이 촉박했고, 점심시간은 한정적이었다. 퇴근 시간이 적당했지만, ‘육아 출근’이 기다리고 있었다.

‘만보 걷기’ 일주일 후…효과는 있었다
‘만보 걷기’ 전후 인바디 결과.

일주일이 지나고 지난 20일 재차 병원을 찾아 인바디 기계 위에 올라갔다. 만보 걷기는 하루도 실패한 날이 없었으나 동기 부여를 위해 거리가 먼 유명 빵집을 일부러 다녀온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덜먹는 식단 관리는커녕 평소보다 늘어난 식사량에 되레 몸무게가 증가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체중은 1.4㎏ 감량됐고, 체지방률은 0.9% 줄었다. 골격근량도 미세하게 빠졌지만, 담당의에 따르면 운동 초반에는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과체중은 벗어나지 못했지만, 단기간에도 운동 효과는 분명히 나타났다. 일주일간 땀 흘린 과정이 결과로 나타나면서 뿌듯함과 동시에 꾸준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다.

대한걷기협회에 따르면 걷기 효과로는 △심폐기능 향상 △비만 해소(체지방 감소) △성인병 예방 △다리·허리 근육 강화 △혈압 안정 △심장병·뇌졸중 예방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 △스트레스·우울증 해소 등이 있다. 또 “가능한 매일 장시간 빠르게 걷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수지베스트내과 윤해리 대표원장(소화기내과분과전문의)은 걷기로 운동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천천히 걷는 게 아닌 심장이 살짝 두근거리면서 땀이 촉촉하게 날 정도로 걷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했다. 다만 “체중 감량에 목적을 둔다면 식단 관리를 함께해야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