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2% 상승, 10년만에 최대… 정부 돈풀기에 더 뛸 우려

세종=김형민 기자

입력 2021-11-03 03:00:00 수정 2021-11-03 09: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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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공업제품 물가 4.3%↑… 달걀 33.4%, 돼지고기 12.2% 상승 등
농축산물 장바구니 물가도 껑충, 12일부터 유류세 인하분 적용 등
서민 부담 줄이기 대책 나서지만 소비쿠폰-재난금 등 물가 자극 우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년 7개월 만에 3% 넘게 올랐다. 원자재값이 계속 오르고 이달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소비가 급증하면 정부의 관리 목표치인 ‘연간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달 12일 유류세를 인하한 가격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등 각종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 쏟아내는 내수 진작책들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석유류, 13년 2개월 만에 최대 폭 올라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 올랐다. 이는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3%대 물가 상승률’은 2012년 3월(3.0%) 이후 처음이다.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4.6% 올랐다. 2011년 8월(5.2%)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체 품목 중 구매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다. 장바구니 품목인 달걀(33.4%),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9.0%) 물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전기료(2.0%)와 상수도료(0.9%), 도시가스(0.1%) 등 필수 공공요금도 인상돼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국제유가 때문이다.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7.3% 올라 2008년 8월(27.8%)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석유값이 반영된 공업제품 물가는 1년 만에 4.3% 올랐다. 공업제품을 쓰는 산업계 비용 부담이 불어나게 된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오름세가 이어졌다”고 했다.

정부가 ‘올해 물가상승률 2%’를 지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은 2.2%다. 남은 두 달간 1%대 중반이 유지돼야 연간 목표를 맞출 수 있다.

○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물가 자극 우려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를 반영한 물량을 이달 12일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계획이다. 액화천연가스(LNG) 할당 관세는 다음 달부터 현재 2%에서 0%로 낮춰 주택에서 쓰는 민수용 가스요금을 연말까지 동결할 예정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소비 진작을 위해 돈을 풀면 엇박자가 날 수 있다. 정부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4% 달성을 위해 소비쿠폰 발행,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할인 행사 등 다양한 내수 진작책을 내놔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부터 음식점 대부분이 24시간 영업할 수 있게 되며 소비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추가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이는 점도 물가 안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과 국채 발행 증가 우려 등으로 국채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108%로 2018년 8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국채 금리는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2일 2조 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국채 상환)에 나섰다.

시장에선 물가 상승 우려에 한은이 이달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로 정부 역시 성장률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커 물가 인상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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