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소수점 매매 도입… 커피 한잔 값으로 ‘황제주’ 산다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9-13 03:00:00 수정 2021-09-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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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내년 3분기 허용 추진
해외주식처럼 소수 6자리 가능할듯
LG생건 0.01주 1만3000원대 거래
“주식 접근성 확대… 분산투자 효과”


주당 100만 원이 넘어가는 ‘황제주’도 커피 한 잔 값으로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내년 3분기(7∼9월)부터 국내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살 수 있는 소수(小數) 단위 거래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12일 금융위원회는 국내외 주식 거래에서 소수 단위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소수 단위 거래란 주식을 기존처럼 1주 단위가 아닌 0.1주와 같이 소수점 단위로 쪼개서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주식 소수 단위 매매는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2곳에서만 해외 주식에 한해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인프라를 마련하고 희망하는 증권사에 한해 국내 주식도 소수 단위 매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LG생활건강(138만7000원·10일 종가 기준) 등 주당 100만 원이 훌쩍 넘는 ‘황제주’도 0.01주(1만3870원) 단위로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원래 상법에서는 주식 거래 기본 단위를 1주로 정하고 있어 소수 단위 매매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위는 소수 단위 매매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 주는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가격이 비싼 우량 주식의 투자 문턱을 낮춰 소액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탁제도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 2명이 각각 특정 종목을 0.3주, 0.6주 샀다면 증권사가 추가로 0.1주를 매매해 1주를 만든 뒤 해당 종목을 매수하는 식이다. 각 증권사가 주문을 취합해 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시간 거래는 불가능하다.

이때 소수 단위로 매매하면 투자자의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지만 배당금은 받을 수 있다. 국내 주식 소수 단위 매매는 내년 3분기 정도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의 경우 연내에 희망 증권사를 추가로 받아 소수 단위 매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해외 주식 소수 단위 거래는 소수점 아래 여섯 자리 단위까지 가능하다. 국내 주식의 소수 단위 매매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증권사 2곳의 해외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실적(누적)은 2019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신한금융투자가 2억7000만 달러(약 3159억 원), 한국투자증권이 7억5000만 달러(약 8775억 원)로 당초 예상보다 높았다.

소수 단위 매매가 허용되면 투자자들이 훨씬 활발하게 주식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목당 최소 투자 금액이 낮아져 소액으로도 주식을 거래하기 쉽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소액씩 분산 투자하기 수월해져 포트폴리오의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소액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가격이 비싼 우량주에 이전보다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어 투자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부터 2개월간 소수 단위 거래를 원하는 증권사들의 신청을 받는다. 금융위는 “혁신금융 서비스를 일정 기간 운영하고 그 성과를 지켜보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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