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값’된 국민반찬 김…마른김 도매가 첫 1만원 돌파

송진호 기자, 세종=이호 기자

입력 2024-05-07 17:16 수정 2024-05-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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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김밥에 쓰이는 마른김의 도매가격이 처음으로 한 속(100장)당 1만 원을 넘어섰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김 수요가 급증하면서 내수 가격이 1년 새 80% 이상 오른 것이다.

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가 발표한 5월 양식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4월 전국 김밥용 김 평균 도매가격은 한 속당 1만89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603원)보다 80.1%나 비싸졌다.

같은 기간 재래김(101.3%), 파래김(93.8%), 돌김(60.9%) 등 마른김 도매가격은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소비자가격도 두자릿수로 올랐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마른김 소비자가격은 3일 기준 10장당 1261원으로 1년 전(1012원)보다 24.6% 올랐다.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김밥용 김 등 김을 고르고 있다. 2024.5.7/뉴스1


김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는 수출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 ‘한국식 김밥’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김 수출액은 7억9100만 달러(약 1조748억 원)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수출 규모는 올해 들어 더욱 늘고 있다. 이날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김 수출액은 1억3171만 달러로 지난해 1~3월(1억1073만 달러)보다 18.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김 생산량은 1만2737속에서 1만3425속으로 5.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수출량 증가는 국내 김 재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수산업관측센터가 추정한 지난달 김 재고량은 4900만 속으로 지난해 같은 달(6400만속)보다 25% 줄었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하면 37.4% 적은 양이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며 2022년 한 속당 5000원을 밑돌던 김밥용 김 도매가격이 지난해 2월 5000원을 돌파했고 같은 해 9월 6000원대로 올라섰다. 올해 1월 6649원에서 3월 9893원으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밥반찬으로 즐겨 먹는 조미김 가격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성경식품 등 중견 조미김 제조업체 3곳에서 조미김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업계 2위 대기업인 CJ제일제당도 2일부터 마트와 온라인에서 김 제품 가격을 평균 11.1% 올렸다. 이에 ‘CJ비비고 들기름김’(20봉)과 ‘CJ명가 재래김’(16봉), ‘CJ비비고 직화 참기름김’(20봉) 가격이 8980원에서 9980원으로 올랐다. 업계 1위 동원F&B도 조만간 김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 중구 시내 한 김밥전문점. 2024.4.19/뉴스1

김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김밥 물가 상승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식당에서 판매하는 김밥 1줄 가격은 3월 기준 33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123원)보다 6% 올랐다.

김 가격은 올해 말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수산업관측센터는 김 도매가격이 올해 12월까지 한 속당 1만 원~1만1000원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김 가격 안정을 위해 이달 마른김과 조미김에 대해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 뿐 아니라 채소 가격도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장바구니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상순 기준(5, 6일 평균 가격)으로 양배추 도매가격은 포기당 603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4% 올랐다. 배추도 4671원으로 전년보다 40.4% 높다. 당근 도매가격 역시 2739원으로 전년보다 42.9% 높았다. 하우스 등 시설 재배 면적이 줄어든 데다 올 2, 3월 눈과 비가 잦아 채소 생산량이 줄어들고 품질까지 급격히 나빠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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