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량 3분의 1 폐기… ‘소비기한’ 사용은 필수

동아일보

입력 2021-08-26 03:00 수정 2021-08-26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2023년부터 가공식품-계란에 적용

양지영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전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회장)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식량 중 약 3분의 1이 폐기되고 있다. 식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 먹을 수 있는 식품을 폐기하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야기한다. 2019년 FAO가 발표한 음식물쓰레기는 13억 t이고, 이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33억 t에 달한다.

식품 폐기량 증가는 ‘식품 안보(food security)’를 위협한다. 국제사회가 식품 폐기량 감축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민간단체가 함께 ‘식품 손실 및 폐기물 감축 연락국’을 운영한다. 식품 손실과 폐기물 발생률을 측정해 줄이기 위해서다. 일본은 식품의 대량 폐기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식품폐기삭감추진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도 소비기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생활폐기물 30%는 음식쓰레기이다. 한 해 발생량도 570만 t에 이른다. 국내 식품자급률은 45.8%로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음에도 멀쩡한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판매자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기한’ 대신에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해 식품 폐기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17일 식품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표시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 개정·공포됐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우유를 제외한 모든 가공식품과 계란 등에 소비기한이 적용된다.

일부에서는 소비기한 표시로 인해 안전하지 않은 식품을 먹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한다. 일반적으로 소비기한은 품질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인 ‘식품섭취 안전기한’을 기준으로 80∼90% 기간까지로 산정하는데, 유통기한은 60∼70% 수준에서 정해지는 탓이다. 물론 이 기준 역시 일률적인 것은 아니며 식품별로 원료, 제조 방법, 포장 방법, 보관 조건 등의 특성을 고려하고 관능검사, 미생물·이화학·물리적 지표측정실험 등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소비기한을 설정하게 된다. 과학 자료 및 근거를 기반으로 한 소비기한이 안전한 식품 섭취가능 기한인 것이다.

한국의 식품안전관리 역량은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2018년부터 연속 3년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보건규칙 핵심역량평가의 식품안전 분야에서 5점 만점을 받았다. 또 유통기한이 최초 도입됐던 1985년과 비교하면 식품 제조·포장 기술이 월등히 발전하고 콜드체인 시스템도 충분히 구축됐다.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높아져 소비기한 표시제도의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소비기한 표시제도는 경제, 환경, 소비자 편익 등 모든 관점에서 필요하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시민으로서 꼭 필요한 제도다.



양지영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전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회장)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