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테이퍼링 임박’ 신호에 금융시장 출렁

박민우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8-20 03:00 수정 2021-08-2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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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연내 테이퍼링 착수’ 시사
美 이어 아시아 증시 일제히 하락… 코스피 3100-코스닥 1000 무너져
외국인 투자금 美로 U턴 조짐, 원-달러 환율 1176.2원으로 껑충


주가 급락, 환율은 급등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임박 신호에 19일 코스피가 61.10포인트(1.93%) 급락한 3,097.83에 마감하며 4개월여 만에 3,100 선을 내줬다. 원-달러 환율은 1176.20원으로 8.2원 급등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 앞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임박했다는 신호에 세계 금융시장이 일제히 출렁였다. 한국의 코스피는 2% 가까이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다시 8원 이상 급등했다.

미국의 긴축 우려에 한국 등 세계 시장에 풀린 투자금이 미국으로 유턴할 조짐을 보이면서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을 내던졌다.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확대된 ‘유동성 잔치’를 끝내는 것을 넘어 자산시장 거품 붕괴 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아시아 증시 일제히 2% 안팎 급락

1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3%(61.10포인트) 하락한 3,097.83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3,100 밑으로 떨어진 건 4월 1일(3,087.40) 이후 처음이다. 6월 3,300 선을 넘어섰던 코스피는 두 달 만에 2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내리막을 걷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2.93% 급락한 991.15로 마쳐 충격이 더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8037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306억 원, 4174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외국인은 이달 9일부터 연일 매도 공세를 펼쳐 8거래일 만에 8조 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날 대만(―2.68%), 홍콩(―2.56%), 일본(―1.10%)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간밤에 다우존스산업평균(―1.08%) 등 미국 증시도 내렸다.

세계 증시를 끌어내린 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신호였다. 18일(현지 시간)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참석자 대부분은 “올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통상 연준이 긴축 신호를 보내면 글로벌 투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의 자본 유출과 세계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한다. 이번에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까지 겹쳐 신흥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일부 전문가 “코스피 3,000도 무너질 수 있어”
이미 글로벌 자금은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4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전날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안정을 되찾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도 19일 8.2원 급등한(원화 가치는 하락) 1176.2원에 마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반도체 산업 비중이 큰데 최근 불거진 반도체 업황 둔화 전망이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백신 보급 부족 등이 겹쳐 국내 증시 하락세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고 분석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5년 연준의 긴축에 따른 신흥국 위기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연준이 11, 12월 테이퍼링에 착수하기 전까지 코스피가 올해 고점(3,316) 대비 10%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코스피 3,000 선이 무너지거나 미국의 테이퍼링 시기가 늦춰질 경우 조정 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이퍼링 개시 시점을 내년 2월로 보고 있다”며 “코스피가 2,900대까지 조정을 받고, 길면 내년 하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국내 산업 구조와 체질이 변화하면 장기적으로는 상승 동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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