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값 평균 7억 돌파…8개월만에 1억 ↑

황재성기자

입력 2021-06-28 12:55 수정 2021-06-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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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정부의 대대적인 공급 확대 방침에도 부동산시장에 붙은 불이 좀처럼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2·4 대책’ 이후 주춤했던 가격 상승폭이 최근 들어 다시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수도권지역의 평균 아파트값은 8개월 만에 1억 원 넘게 오르고, 주간 상승률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는 등 급등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년 이상 가격이 올랐던 전세시장은 매물이 크게 줄면서 지난해 나타났던 ‘전세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시장안정을 꾀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대선 등에 따른 규제 완화와 교통망 개통 등에 따른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심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해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을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8개월 만에 1억 오른 수도권 아파트값



전국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특히 수도권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28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6월 수도권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7억1184만 원으로 전달(6억9652만 원)보다 2.2% 올랐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7억 원 고지를 넘어섰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은 2016년 10월 4억471만 원으로 처음 4억 원을 돌파했고, 2년 1개월 만인 2018년 11월(5억124만 원) 5억 원대에 진입했다. 이어 1년 11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6억 원(6억455만 원)을 기록했고, 다시 8개월 만에 1억 원 넘게 상승했다.

문제는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3주차(기준일·21일)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0.35%였다. 이는 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였던 전주의 기록(0.34%)을 넘어선 것이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도 0.27%로 전주(0.26%)보다 커졌다. 재건축 허용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역 신설 계획 발표 등에 대한 기대감에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었다.

● 확산되는 ‘제2 전세대란’ 우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인 전세금 상승세도 꺾이질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올해 2월 3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에 3억 921만 원, 이달에 3억1413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억 3000만 원 대를 유지했는데 지난해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뒤 1년 6개월 새 8000만 원 가량 올랐다.

서울의 경우 평균 전세금은 같은 기간 6억1451만 원에서 6억2678만 원으로 2.0% 뛰었다. 특히 한강 이남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지난달 7억1415만 원에서 이달 7억3138만 원으로 한 달 새 2.4%가 올랐다. 또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의 아파트 전세금도 이달에 1억5170만 원으로 처음으로 1억5000만 원을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6월 3주차에도 0.09% 오르면 2019년 7월 1주차 이후 104주 동안 한 주도 쉬지 않고 상승했다. 거의 2년 동안 오름세를 이어갔다는 뜻이다.

문제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매물마저 줄고 있어, 지난해 하반기에 발생했던 ‘전세대란’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노원구 일대로 재건축 기대감에 상계주공의 경우 1000채 넘는 단지에 바로 입주 가능한 매물이 1, 2채에 불과하다.


● 중구난방 정책에 커지는 불신



이처럼 집값과 전세금이 또다시 불이 붙은 데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수도권광역철도(GTX) 노선 신설 등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시장 안정을 꾀한다면 쏟아내는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 정부는 20여 차례에 걸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다며 정책을 양산해냈다. 올해에는 ‘공급 쇼크’라는 자평을 붙인 ‘2·4 대책’에다 여당까지 거들며 각종 공급 대책을 쏟아냈다. 특히 여당은 ‘4·7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언급하며 보완책 마련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기대한 반응을 보이지 것은 당정의 대책이 설익은 채 공개된 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수정되거나 포기하는 사례(민간 임대등록 폐지·종합부동산세 완화)가 잇따르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가계대출 위험 등을 경고하며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등을 추진하면서도 여당의 요구에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정책 신뢰도 저하에 한몫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강력한 부동산 투기 단속 방침에도 끊임없이 터지는 청와대나 여당 관계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도 정부 정책 신뢰를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꺾이지 않는 부동산 기대심리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꺼지지 않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이달 1~15일까지 전국 성인 7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1%가 “하반기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자는 7.3%에 불과했다. 이는 부동산114가 2008년부터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나머지는 모두 “제자리에 머물 것”이라고 응답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연초 조사 결과(70%)보다 ‘상승’ 응답 비중이 다소 줄었다”면서도 “과거 조사에서 상승 비중이 통상 50%를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세금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2.6%가 “오를 것”이라고 답했고,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4.2%에 머물렀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이나 ‘패닉바잉(공황구매)’에 적극적인 20~30대가 여전히 주택 구매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4월까지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들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1%였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노원구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9%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 구매자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34%에서 8월에 40%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40%에 머물고 있다.

● 시장이 원하는 공급 방안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시장에서 신뢰할 만한 공급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현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한 언론사의 유투브(‘부릿지’)에 출연해 “집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안 사면 못 살 것 같다’는 군중 심리 때문”이라며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량의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는 ‘견고한 계획’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주장하는 견고한 계획은 공공임대뿐만 아니라 중산층이 요구하는 수준의 주택을 포함한 공급 대책을 의미한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와 함께 택지가 부족한 도심에 오피스텔 등 대안주거시설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부동산개발협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포스트 코로나 시대, 수요자 맞춤형 대안주거의 역할과 미래’)에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새로운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생긴 가운데 기존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며 “아파트 등 전통적 주거상품 외 대안주거상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영 건산연 원장도 “수도권 집값이 끝없이 오르면서 세대간, 계층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안주거 상품은 주택시장의 대체재로서 시장 안정화에 역할을 해온 만큼 시대변화에 맞게 대안주거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수요자 맞춤형으로 공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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