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줄이고 수건 재사용”… 호텔업계 ‘친환경 숙박문화’ 선도

박지원 기자

입력 2020-08-31 03:00 수정 2020-08-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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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산업기술원
9월 30일까지 ‘2020 친환경 호텔 캠페인’
10개 호텔 동참… 에너지 절감에도 앞장


게티이미지코리아
‘사회적 거리 두기’ ‘재택근무’ ‘온라인 세미나’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달라진 일상을 상징하는 표현들이다. 코로나19 확산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여행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여름 휴가철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해외 대신 국내로 피서를 떠났고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족이 크게 늘었다. 호텔이 단순 숙박을 넘어 휴식과 미식, 레저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여겨지면서 호캉스는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켜주는 인기 여행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이 폐리넨을 업사이클한 에코백.
실제로 여행 서비스 플랫폼 익스피디아가 최근 20∼39세 한국인 여행객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행객의 73%가 최근 3개월 내 호캉스를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호캉스가 코로나 시대의 대세 여행 문화로 자리잡은 가운데 ‘친환경 숙박’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본격 확산된 미닝 아웃(Meaning out·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 트렌드가 이어져왔을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늘어난 일회용품 폐기물들로 인해 환경보호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올해 2∼3월 시내 25개 자치구에서 발생한 재활용 폐기물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 제주의 ‘띵크 네이처’ 캠페인.
평소 호캉스를 즐기는 박소연 씨(28)는 “올여름 휴가 때 서울 도심 호텔에서 2박 3일 호캉스를 했는데 숙박하는 동안 그린카드를 사용해 침대시트를 교체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했다”며 “친환경 트렌드 때문인지 이제는 호텔에 가면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호화스럽게 누리려고 하는 심리가 촌스럽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환경을 위해 불필요한 낭비는 줄이고 특급호텔의 편리한 시설과 서비스는 최대한 이용하고자 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호텔업계에 불어온 친환경 숙박문화를 일컫는 그린스테이(Green+Stay)가 호텔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4주간 투숙객 대상 다양한 친환경 행사 진행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유명 특급호텔 10곳과 손잡고 친환경 숙박문화의 확산을 돕기 위해 31일부터 한 달간 ‘2020 친환경 호텔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번 캠페인은 작년에 이어 2회째 진행되는 것으로 컨설팅을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친환경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진행된다. 환경경영 컨설팅 부문에서는 △호텔별 최적기온 도출 △호텔 객실 및 공용시설의 쾌적도 관리 △각 호텔별 환경이슈 개선 방안 도출 및 환경관리 운영 비용 절감 등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해 호텔 서비스의 친환경 경쟁력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를 통해 평균 약 17%의 냉방 전력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린카드(Green Card) 캠페인을 비롯해 이벤트 등 호텔 투숙객 대상의 다양한 친환경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그린카드 캠페인은 1박 이상 머무는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그린카드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폐리넨, 폐비누를 업사이클링한 에코백과 왁스 태블릿 등을 제공한다.

그린카드는 ‘침대 시트나 수건을 매일 세탁하지 않고 재사용해도 좋다’는 의미를 담은 카드로 객실 내에 비치된 이 카드를 문고리에 걸거나 침대 시트 등에 올려놓으면 어제 사용한 시트와 수건을 당일에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이외에도 참여 호텔들은 객실 및 식음료장에서 생분해성 소재인 사탕수수를 원료로 제작한 친환경 빨대를 제공해서 플라스틱 일회용품 퇴출을 유도하고 친환경 활동 동참을 권유하는 친환경 서명서에 서명을 완료한 고객에게 코로나19 대비 방역 마스크를 제공해 호텔 이용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계획이다.


친환경 활동을 통해 ‘그린 스테이’를 이끄는 특급호텔 10곳


올해 ‘친환경 호텔 캠페인’에 동참한 호텔은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 앤 레지던스 서울 용산’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 ‘씨마크호텔’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WE호텔 제주’ ‘롯데호텔 부산’ ‘롯데호텔 제주’ ‘안다즈 서울 강남’ 등 10곳이다.

특급호텔들은 친환경 호텔 캠페인의 대표적인 활동인 그린카드 외에도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친환경 숙박 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해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고자 노력 중이다. 롯데호텔 제주는 ‘리:띵크(Re:think) 캠페인’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은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WE호텔 제주는 1회용 빨대 대신 금속 재질의 다회용 빨대와 패브릭 재질의 다회용 코스터를 사용해 일회용품 퇴출에 힘쓰고 있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오래된 제품을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는 경우도 눈길을 끈다.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은 작년부터 업사이클링 업체와 협업을 통해 호텔 침구를 활용한 고급 반려동물 쿠션을 개발했고 올해는 친환경 에코백을 제작해 투숙객에게 증정하는 등 1t가량의 폐리넨을 업사이클링으로 순환시켰다.

시설 개선을 통해 에너지 절감에도 힘쓰고 있다. WE호텔 제주는 보일러 유류 교체를 통해 발열량을 개선하고 약 3%의 에너지 절감 효과도 나타냈다.

이처럼 호텔들은 각 사만의 특징과 노하우를 활용해 소비자가 손쉽게 친환경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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