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악동’ 가르시아, 필드 밖에선…

서귀포=이헌재 기자

입력 2019-10-15 19:42:00 수정 2019-10-15 19: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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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로서 성적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있다. 나도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필드의 악동’으로 악명 높은 세르히오 가르시아(39·스페인). 하지만 필드 밖에서 만난 가르시아는 선한 눈동자로 타인에 대한 도움을 얘기하는 평범한 중년 남자였다.

가르시아는 17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개막하는 국내 유일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인 더 CJ컵에 출전하기 위해 모처럼 한국을 찾았다. 2002년 한국 오픈 이후 17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가르시아는 15일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숨겨뒀던 자신의 인생과 골프 철학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음은 가르시아와의 일문일답.

-한국에 오랜만에 왔는데.

“한국에 다시 오게 돼 기쁘고 흥분된다. 2002년 한국오픈에서 당시로서는 최저타인 23언더파를 쳤다. 이후 기록이 깨졌지만 당시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다.”

-20년간 투어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2002년 첫 우승했던 스패니시 오픈이 가장 기쁜 순간이다. 2017년 마스터스 우승도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작년 3월 딸 안젤리아가 태어난 게 가장 기쁜 일이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2007년 브리티시오픈이 힘들었다. 최근 몇 년간 힘들게 플레이했지만 힘든 경험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스페인 출신의 뛰어난 골퍼들이 많다. 라파엘 나달 같은 훌륭한 테니스 선수도 있다. 여러 종목에서 톱 레벨의 선수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열정적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마음에서 마니아가 되고, 날씨가 좋아서 1년 내내 운동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학교에서도 어린 아이들 교육을 시키는데도 스포츠에 투자를 많이 한다.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나달과는 친한 친구 사이라던데.

“맞다. 친하게 지낸다. 나도 테니스를 좋아해 가끔 함께 테니스를 치기도 한다. 경기를 할 때도 있었는데 물론 한 게임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아주 가끔 강한 공을 날려 포인트를 얻어낸 적은 있다(웃음).”

-종목을 달라도 나달처럼 골프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노력을 많이 한다. 골프를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쉽지는 않지만 방법론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걸 찾고 있다. 효율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걸 찾고 있는 단계다.”

-브룩스 켑카나 저스틴 토마스와 같은 20대 선수들과의 경쟁은 어떤가.

“시대가 변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변했지만 장비도 달라졌다. 나도 아주 장타자는 아니었지만 꽤 멀리 치는 선수였다. 물론 요즘 젊은 선수들과 거리 경쟁은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내 장점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젊은 선수들이 멀리 친다면 나는 좀더 똑바로 정확하게 칠 수 있다.”

-2017년 극적으로 우승한 마스터스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이전까지는 메이저 우승이 없는 최고의 선수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그렇게 불리는 게 사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라는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자 했다. 그걸 믿고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우승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생겼고, 그리고 마침내 마스터스 우승이라는 꿈이 현실이 됐다. 어떤 결과는 열심히 노력하면서 그 기회를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라이더컵은 팀 경기인데 평소 투어보다 훨씬 더 잘 치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팀 스피릿을 좋아한다. 적성인 것 같다. 골프는 혼자 치는 게임이긴 하지만 라이더컵은 팀원들을 위해서 같이 노력하는 것이다. 평소 경쟁자로서 플레이를 하다가 팀원으로서 서로 응원하면서 유럽이라는 한 팀을 위해 플레이하는 게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팀 스포츠인 축구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나는 축구를 사랑하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를 사랑한다.”

-축구와 골프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엄마와 아빠 중 누굴 더 좋아하냐를 물어보는 것 같다. 난 모든 스포츠를 좋아한다. 골프, 축구, 테니스, 미식축구 등 모든 스포츠다. 하지만 결국은 골프다. 다만 골프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축구를 했을 것이다.”

-2017년 결혼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가.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늘 아빠, 남편이 되고 싶었는데 이 가정을 꾸려서 행복하다. 지난주에 와이프와 딸이 태어나기 전에 기억나냐고 가볍게 얘기했는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더라. 그만큼 딸 안젤리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PGA 투어에서 친한 한국 선수가 있나.

“최경주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 김시우 등 젊은 선수들과도 동반 라운딩을 하긴 하지만 가깝다고 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만난 최경주와는 경기 중 조언을 구하거나 서로 질문을 하기도 한다.”

- 이번 주 CJ컵 승리 세리머니 할 준비가 됐는지.

“그랬으면 좋겠지만 대회 코스가 2002년보다 어려운 걸로 알고 있다. 열심히 해보겠지만 코스가 어렵지만 좋아서 기대가 되고 좋은 성적 내도록 열심히 하겠다.”

- 골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골퍼로서 좋은 성적을 내는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골퍼가 삶의 끝이 아니다. 삶을 더 살아가는데 중요한 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얼마 전에 어려운 가정을 위한 재단을 만들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는 게 큰 꿈이다.”

서귀포=이헌재 기자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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