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도 종목도 뛰어넘은 12년 우정…‘용띠 의형제’ 이승엽과 김대현

고봉준 기자 , 장은상 기자

입력 2019-05-15 05:30:00 수정 2019-05-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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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의 ‘영원한 홈런왕’과 골프계를 대표하는 ‘장타왕’이 만났다. 이승엽(왼쪽)과 김대현은 고향인 대구 선후배와 타고난 장타자라는 공통분모로 12년의 세월을 극복한 ‘절친’이 됐다. 최근 끝난 KPGA 코리안투어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같은 조를 이뤘던 두 사람이 12일 상대방이 사인한 야구공과 골프공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야구계를 주름잡았던 ‘홈런왕’과 골프계를 대표하는 ‘장타왕’의 우정은 12년이라는 세월만큼이나 단단하고 끈끈해보였다. 서로를 깎듯이 존중하면서도 여느 절친한 선후배처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환한 미소를 머금게 했다.

주인공은 스포츠계 대표 ‘용띠 의형제’로 통하는 이승엽(43)과 김대현(31). 2007년 우연한 계기로 처음 만난 둘은 ‘고향 선후배’와 ‘타고난 장타자’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가까워졌다. 비록 세대와 종목 모두 달랐지만, 운동을 향한 ‘열정’이 이들을 하나로 묶어냈다. 당시 선수로서 절정의 성공가도를 달리던 이승엽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프로로 뛰어든 김대현이 지금까지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던 이유다.

어느덧 12년 세월이 흘러 40대 중반으로 접어든 이승엽과 30대 전성기를 열어젖히는 김대현을 12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 컨트리클럽에서 만났다. 이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같은 조를 이룬 둘은 비록 우승을 합작하지는 못했지만 대회 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오래도록 남을 추억 하나를 쌓았다.


● ‘운동 광(狂)’들의 첫 만남

-1976년생과 1988년생 용띠 의형제의 친분이 색다르다. 어떤 계기로 첫 인연이 닿았나.



이승엽(이하 이)=대구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던 피트니스 센터에서 처음 만났다. 내 운동을 봐주던 트레이너와 다른 프로골퍼의 소개로 인사를 나눴다. 2007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김)대현이는 이제 막 20살이었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어서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김대현(이하 김)=그때 (이)승엽이 형은 일본에서 맹활약하고 있을 때다.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같이 운동까지 하니까 ‘내가 정말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형으로부터 좋은 조언을 받으니 내 장타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루키였는데, 그해부터 5년 연속 장타왕을 했다. 형의 운동 자세와 자기 관리를 따라한 점이 큰 효과를 봤다.


-당시 이승엽이라는 존재는 ‘국민타자’라는 별명처럼 영웅 같은 느낌이었다.

김=야구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좋아한 스포츠다. 학창시절은 물론 지금도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의 열렬한 팬이다. 2002년 형이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끌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 이승엽이라는 선수와 친분을 쌓게 되다니…. 꿈만 같은 일 아니겠는가, 하하.

-서로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텐데.


이=대현이는 그냥 ‘괴물’이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프로골퍼가 웨이트 트레이닝에 그렇게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대현이는 그때부터 근육 강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였다. 나 역시 관심사가 같으니 동생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챙겨줬다. 대현이 또한 열심히 노력했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힘을 장착했다. 5년 연속 장타왕과 코리안 투어 최초 300야드 평균 비거리 돌파가 괜히 나왔겠는가(웃음).


김=뭐, 내가 감히 승엽이 형을 평가할 입장은 아니고…. 운동 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동생을 참 잘 챙겨주신 선배다. 최고의 위치를 늘 지키신 분이지만 허울 없이 나를 대해주셨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대구 출신 프로골퍼들이 승엽이 형을 잘 따른다.


이=오히려 내가 할 말이다. 대현이가 워낙 선배들에게 예의 바르게 또 깍듯하게 행동하다 보니 내가 더 고마워하는 부분이 많다.


● ‘국민타자’의 골프 실력

-서로의 분야에도 원래 관심이 많았나.


이=처음 만났을 때는 골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대현이를 만나면서 골프를 보는 눈이 더 넓어졌다. 그 이후로 골프 취미가 부쩍 늘었는데, 지금은 많이는 못 나가도 가끔씩 즐기고 있다.


김=한 번은 야구장에서 형이 던져주는 공을 내가 쳐 보려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다운스윙이 너무 몸에 배어서인지 배트가 계속 공 아래를 스치더라. 명색이 프로골퍼인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이=야구도 골프 못지않게 처음이 어렵단다, 하하.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승엽의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김=솔직하게 말해야하나(웃음)? 농담이다. 형은 아마추어 중에서도 상당한 실력자라고 본다. 숏게임이 매우 정교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어프로치샷과 퍼터가 정말 좋았다. 파5 ‘투온’ 찬스를 두 번이나 만들었으니 장타력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고.


-골프와 야구를 대표하는 장타자들이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를 비교해보고 싶은데.


이=
잠깐. 괴물은 기다려라. 내가 먼저 말하겠다. 미터로 계산하면 평균적으로 240m 정도다. 거리도 중요하지만,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은 정확하게 페어웨이를 공략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는 긴장감이 높아 내 평균보다는 조금 짧았다.


김=드라이버는 평균적으로 303야드(약 277m) 정도다. 최장으로는 348야드(약 318m)까지 쳐봤다. 선수들은 자기 클럽을 믿고 자신감 있게 쳐야 장타가 나온다. 지금 내 클럽은 내 믿음에 정확하게 보답하고 있다.


-아이언 비거리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이=대현이는 이번 대회 셋째 날 8번 아이언으로 185m를 치더라.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는 거리인가. 옆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정말 놀랐다. 나는 7번 아이언을 평균 150m 정도로 보고 친다.

김=형, 그때는 뒷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하하. 나는 7번 아이언으로 평균 160m 정도를 보는 편이다.

12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 컨트리클럽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제2회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총 상금 6억원) 4라운드가 열렸다. 김대현과 이승엽(오른쪽)이 그린을 걷고 있다. 인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용띠 의형제’의 진한 우정

-공식 무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이=사실 같이 공을 친 경험이 많진 않다. 나도 계속 선수로 뛰었고, 대현이도 최근 군 복무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대회에서, 그것도 한 조로 뛰었으니 내겐 매우 특별한 기억일 수밖에 없다. 다만 대현이가 개인전 우승을 아쉽게 놓쳐서 정말 안타깝다. 2주 연속 준우승이라 더욱 아쉽기도 하고.


김=형이 배려를 너무 많이 해주셨다. 워낙 긴장감 있는 경기를 많이 하신 분이니 멘탈 관리만큼은 정말 전문가이시다. 이번 대회에서도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형이 나를 응원해주시면서 잡아주셨다.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숨은 힘은 바로 형과의 호흡이다.


-공교롭게도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옷을 같은 색깔로 맞춰 입었다.


이=내가 일부러 대현이에게 맞췄다. 3라운드 때 무엇을 입을지 물어봤는데 ‘마지막 날 검은색 바지와 빨간색 셔츠를 입는다’고 하더라. 마침 나도 같은 색깔의 옷이 있어서 ‘그럼 같이 맞춰 입자’고 했다.


김=어려서부터 가지게 된 나만의 습관이다. 대회 마지막 날 어두운 계열의 바지와 빨간색 상의를 입는다. 공격적으로 임하려는 의지를 담은 옷이었다. 공교롭게도 타이거 우즈를 조금 따라한 느낌이 되긴 했지만.


-‘자선’의 의미가 담겨진 대회다. 더욱 더 뜻깊었다고 볼 수 있나.


이=이런 대회가 앞으로도 더 많이 열렸으면 한다.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대회니까 프로들골퍼도, 셀러브리티들도 더 적극적일 것이다.


김=이 대회가 올해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군 복무 중이라 출전을 못 했는데,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형과 너무 좋은 추억을 남겼다. 또한 기부도 하고, 많은 갤러리들 앞에서 환호도 받고. 일석이조 이상의 보람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마디씩 건넨다면.


이=대현이가 올해 군 제대를 한 뒤 최근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승까지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다. 꼭 멋진 승전보를 힘차게 울렸으면 한다.


김=이번 대회 형과 함께하면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 빨리 우승을 해서 형에게 자랑을 하고 싶다. 형, 그때는 편하게 한번 같이 잔디 밟아요.

인천|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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