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라면 ‘올드보이’의 귀환… 소비자 재출시 요구하고 새 레시피로 부활

황성호기자

입력 2018-10-02 03:00 수정 2018-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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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서 ‘올드보이’들이 주목받고 있다. 출시된 지 수십 년 지난 과자들이 다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요구로 단종됐던 과자가 재출시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기존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가 공유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 기업들은 올드보이의 귀환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 단종 후 재출시 과자 인기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 4월 재출시된 오리온의 ‘태양의 맛 썬’은 지난달 말까지 총 1400만 봉지가 팔렸다. 매출액으로 보면 123억 원 규모다. 식품업계에서는 스낵류의 경우 한 달 매출이 10억 원 이상이면 ‘대박 상품’으로 보고 있다. 1993년 출시된 이 과자는 ‘썬칩’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2016년 경기 이천시 오리온 공장의 썬칩 생산라인에 화재가 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소비자들이 회사 홈페이지와 고객센터 등에 재출시를 꾸준히 요청해 올 4월 재출시된 것. 오리온 관계자는 “재출시 후 예상보다 판매량이 많아 당황스러울 정도”라면서 “과거 ‘썬칩’에 대한 향수를 ‘썬’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이전과 똑같은 디자인 등을 사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자에 ‘따조(캐릭터가 인쇄된 딱지)’를 넣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스낵 ‘치토스’도 재출시된 후 인기를 끌고 있다. 올 4월 롯데제과는 ‘치토스 콘스프맛’을 출시했다. 2004년 단종됐던 ‘화이트 치토스’의 맛을 되살린 것이다.

치토스 개발사인 미국의 과자업체 프리토레이가 제휴업체를 오리온에서 롯데제과로 바꾸면서 사라졌다가 이번에 부활했다.


○ 업체 입장에선 개발비-마케팅비 절약

SNS 마케팅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갑자기 관심을 끈 제품들도 있다. 1979년 출시된 롯데제과의 ‘빠다코코낫’은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6∼8월 빠다코코낫의 매출은 지난해와 견주어 30%나 늘었다. SNS에 ‘앙빠’라는 이름의 DIY(Do It Yourself) 디저트가 SNS에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이는 ‘앙버터(앙금+버터)빵’이라는 카페 메뉴에서 빵을 빠다코코낫으로 대체한 것이다. 앙빠는 빠다코코낫 2장 사이에 팥 앙금, 버터를 넣어 샌드위치처럼 만든 디저트다.

식품업계에서는 장수 제품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맛을 추가한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 초 농심은 1983년 출시된 ‘안성탕면’의 해물맛 제품을 선보였다. 해태제과도 7월 초 장수 제품인 ‘누가바’ ‘쌍쌍바’ ‘탱크보이’ 등을 활용한 신제품 ‘누드 누가바’ ‘혼자 먹는 쌍쌍바’ ‘탱크보이바’를 출시했다. 누드 누가바는 기존에 겉을 감싼 초콜릿을 바닐라 아이스크림 안으로 넣었고, 혼자 먹는 쌍쌍바는 기존 스틱 2개를 1개로 바꾼 제품이다.

장수 제품을 활용한 새 제품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여러 장점이 있다. 장수 제품들은 신제품에 비해 젊은층의 구매가 적은 편인데 새 제품을 선보이면 젊은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SNS에 앙빠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주로 20, 30대여서 빠다코코낫도 그만큼 젊은층에 많이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종됐던 제품을 출시할 경우 개발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지도가 있어 새로운 상품에 비해 마케팅 비용도 덜 든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TV를 통한 광고를 덜하다 보니 제품 홍보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장수 제품은 이런 고민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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