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동결에도… ‘마이너스 성장’에 韓銀 깊어가는 고민

이건혁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김준일 기자

입력 2019-05-03 03:00 수정 2019-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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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의장 “低물가는 일시적”… 트럼프의 양적 완화 요구 일축
한국 물가 상승률 제자리걸음… 금리인하 기대감 갈수록 커져
홍남기 “IMF도 통화완화 권고”… 이주열, 2분기 성장률 예의주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요구에도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국은행도 당장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지만 현재 경제 여건과 정부 및 시장의 기대에 따라 언제든지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트럼프 압박에도 미 연준 금리 동결

미 연준은 1일(현지 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FFR)를 현행 2.25∼2.50%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건강한 경로를 계속 따라가고 있다. 위원회는 현재의 정책 기조가 적합하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리 동결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됐던 결과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보다 낮아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내비칠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현재 (금리를)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만한 강력한 근거가 안 보인다”며 “현재의 저물가는 일시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금리를 내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사항과 거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FOMC 직전인 지난달 30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금리를 약간 내리고 약간의 양적완화를 한다면 (미국 경제가) 로켓처럼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고 연준을 압박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연준은 정치적 압력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 연초 물가수준 역대 최저, 한은 고민 깊어져

연준의 동결 결정에 따라 한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 ―0.3% 역성장을 하자 현행 1.75%인 기준 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아세안(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린 피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IMF 조사단과 아세안+3의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한국은 완화적 기조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간접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내비쳤다.

경기가 부진할 뿐 아니라 물가상승률도 바닥을 기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오르며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올해 1∼4월 누계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5%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5년 이후 가장 상승폭이 적었다. 그러나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에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1일 “현재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4∼6월)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넘어서지 못하면 한은도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세종=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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